기본법 지연에 자율규제 누적…결제수단별 규제 설계 주문
해외 거래자료 확보가 과제…CARF 도입 따른 사업자 준비 강조

가상자산 과세체계를 달라진 시장에 맞게 재설계하고, 기본법 제정을 통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거래·결제 방식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해외 거래자료 확보로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코드(CodeVASP) 디지털자산 컴플라이언스 포럼 2026’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와 기본법 제정, 결제수단별 규제 설계 등 제도 정비 과제가 논의됐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가상자산 과세는 세 번 유예됐지만 이를 규정한 소득세법 내용은 2020년에 만들어진 그대로”라며 “6년 전 설계된 법은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 무기한선물 등 달라진 시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을 거친 가상자산의 취득 시점과 가액을 검증하기 어렵고,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과세 여부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전반을 규율할 기본법 제정도 과제로 꼽았다. 김 부회장은 “사업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강한 규제도 약한 규제도 아닌 불명확한 규제”라며 “규제의 명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패널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세청은 가상자산 과세를 상당히 준비해 왔고, 관련 고시도 이번 달에 나오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기본법 입법 일정에 대해서는 최근 만난 정무위원장이 11월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병남 법무법인 광장 수석전문위원은 기본법 제정 지연에 따른 규제 공백을 짚었다. 그는 “공적 규제로 다뤄야 할 부분을 자율규제로 메우면서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한 부분도 생겼다”며 “블록체인을 통한 국경 간 송금이 확대되면 기존 외환 규제가 실효성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해외 결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실장은 이러한 공백을 해소할 규제에 결제수단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결제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에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발행 주체와 서비스 영역, 기술 차이에 따라 규제 수준과 기술적 요구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과세 형평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환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과세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미신고자에게 과세하지 못하면 성실하게 신고·납부한 사람만 불리해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과세 시행 준비가 부족한데 의욕은 상당히 앞선다”고 지적했다.
해외 거래에 대한 과세 자료 확보에는 국가 간 가상자산 정보를 교환하는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활용된다. 한국은 2027년부터 정보교환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이 변호사는 관련 규정을 급하게 마련해 사업자 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자는 과세 자료 제출과 원천징수, CARF에 따른 정보 보고 의무를 균형 있게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미 코드 대표는 “이제 시장의 질문은 단순히 규제를 어떻게 준수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와 스테이블코인의 기존 금융 연결을 위한 신뢰 인프라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