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중고 의류 검수·관리해 재판매…LF는 보상금 신상품 구매로 연결
코오롱FnC, 타사 브랜드까지 매입 확대…판매 이후 시장도 직접 관리

옷장 속 잠든 옷이 패션기업의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한 번 팔린 옷을 회수해 ‘두 번째 가격표’를 붙이고 옷을 내놓은 고객에게는 자사몰에서 쓸 포인트를 지급해 다음 구매를 유도한다. 중고 옷의 재판매부터 신상품 구매까지 연결하는 리커머스(Re-commerce)가 패션업계의 새 성장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페이넥스트360(PayNXT360)에 따르면 국내 전체 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52억8060만달러(약 7조1715억원)로 전년 대비 1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4년간 연평균 9.2% 성장해 2030년에는 75억1830만달러(약 10조210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패션업계는 개인 간 거래가 중심이던 중고 의류 시장에 직접 뛰어들며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판매자의 거래 부담을 줄이고 검수를 통해 구매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무신사의 ‘유즈드’가 대표적이다. 판매자가 상품을 내놓으면 무신사가 수거부터 검수, 제품 관리, 촬영, 배송, 고객서비스까지 거래 전 과정을 맡는다. 8월 거래액은 전월보다 45%, 주문 건수는 25% 증가했다. 최근 5개월 동안 매달 2만명 이상의 판매자가 활동하는 등 중고 상품 공급도 확대되고 있다.
사업 재편도 이뤄지고 있다. 무신사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soldout)’을 올해 말 종료하고 패션 리커머스 기능을 무신사 유즈드로 통합한다. 한정판 중심의 개인 간 리셀에서 일반 패션 중고 거래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중고 거래의 또 다른 가치는 옷을 내놓은 고객을 다시 신상품 구매자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판매 대금을 현금 대신 자사몰에서 쓸 수 있는 보상으로 지급해 중고 상품 확보와 고객 재유입을 함께 노리는 방식이다. LF와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이 방식으로 재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LF는 리세일 마켓 ‘엘리마켓(L RE:Market)’을 통해 중고 의류의 수거·검수·보관·재판매를 맡고 있다. 판매 고객에게 지급하는 보상은 LF몰에서 쓸 수 있는 ‘엘리워드’다. 올해 2월 기준 이용 고객의 재구매율은 34%, 엘리워드 사용률은 73%였다. 중고 옷을 판 보상이 다시 자사몰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은 타사 브랜드 고객을 자사몰로 끌어들이는 데도 활용된다. 코오롱FnC의 ‘오엘오(OLO) 릴레이 마켓’은 2022년 자사 브랜드 중고 상품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매입 대상을 약 160개 타사 브랜드까지 넓혔다. 다른 브랜드의 옷을 팔아도 보상은 코오롱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OLO 포인트로 받는다. 현재 매입된 상품의 판매율은 85% 수준이다. 중고 의류를 거래하는 고객층도 젊은 세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LF 엘리마켓 이용 고객 가운데 50대 이상은 48%, 40대는 32%를 차지한다. 중장년층이 주요 이용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패션기업이 중고 거래를 통해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고객층을 보여준다.
결국 패션기업의 경쟁은 이제 신상품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에서 이미 판매한 옷으로 어떻게 다음 거래를 만드느냐까지 확장되고 있다. 거래 편의를 높여 중고 상품을 모으고 판매 보상을 다음 구매로 연결하면서 기존 판매망을 활용할 기회도 늘어나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리세일은 자원순환 측면뿐 아니라 고객을 다시 플랫폼으로 불러들이고 새로운 거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