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마 “블록체인에도 HTTPS 필요…FHE로 기관 온체인 금융 연다”

입력 2026-09-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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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 CONNECT 2026] 1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진행

카일 오브라이언 자마 자본시장·투자자관계 담당 부사장 인터뷰
“퍼블릭체인 투명성이 기관 진입 장벽…FHE, 기밀성 기본 계층 될 것”
기밀 자산 5억달러 목표…EVM 확장·2027년 솔라나 진출 추진
“한국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도 설계 단계부터 기밀성 고려해야”

▲카일 오브라이언 자마(Zama) 자본시장·투자자관계 담당 부사장이 29일 서울 이투데이빌딩에서 넥스블록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투데이 고이란 기자)
▲카일 오브라이언 자마(Zama) 자본시장·투자자관계 담당 부사장이 29일 서울 이투데이빌딩에서 넥스블록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투데이 고이란 기자)

퍼블릭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으로 꼽혀온 ‘투명성’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온체인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거래 규모와 담보 포지션, 자금 이동 내역이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환경에서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등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완전동형암호(Fully Homomorphic Encryption·FHE) 기술기업 자마(Zam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기관의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카일 오브라이언(Kyle O’Brien) 자마 자본시장·투자자관계 담당 부사장은 이투데이·넥스블록과의 인터뷰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금융 인프라 가운데 가장 투명한 시스템”이라며 “모든 잔액과 거래 규모, 담보 포지션을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이 금융기관을 퍼블릭체인 밖에 머물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트레이딩 포지션이나 펀드의 운용 내역 등이 경쟁사에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기관이 퍼블릭체인을 본격적인 금융 인프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자마가 구축하려는 기밀성 계층을 인터넷의 ‘HTTPS’에 비유했다. 그는 “초기 인터넷도 암호화가 표준적인 기본 계층이 되기 전까지 상거래에 안전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퍼블릭 블록체인도 세계의 본격적인 금융 활동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같은 계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 풀지 않고 계산…“FHE, 퍼블릭체인의 HTTPS”

자마가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FHE는 데이터를 복호화하지 않고 암호화된 상태 그대로 연산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두 사용자가 암호화된 자산을 전송할 경우 스마트컨트랙트가 실제 금액을 공개하지 않고도 잔액과 거래 유효성을 확인해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실제 거래 금액은 당사자와 별도로 권한을 부여받은 주체에게만 공개된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FHE와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ZK)의 주요 차이점으로 ‘조합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ZK가 특정 사실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적합하다면 FHE는 데이터 자체가 암호화된 상태로 온체인에 남아 계속 계산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기밀 대출 포지션과 볼트, 거래 스마트컨트랙트가 동일한 암호화 상태를 참조하고 연결될 수 있어 기존 디파이(DeFi)의 조합 가능성을 기밀 금융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대응도 강조했다. FHE에서는 감사기관이나 규제기관, 토큰 발행자 등 특정 주체에 필요한 데이터만 복호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에게는 거래 정보를 비공개로 유지하면서 감독 목적에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개하는 구조다. 자마는 FHE와 ZK도 경쟁 기술로 보지 않는다. FHE가 기밀 연산을 담당한다면 ZK와 임계값 암호(threshold cryptography)는 복호화 요청의 정당성과 키 관리 참여자의 정상적인 행동을 검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별도의 프라이버시 체인으로 자산을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마는 독립적인 블록체인 대신 이더리움 등 기존 퍼블릭체인 위에서 기밀성 계층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기관용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업 내부망’에 빗대며 “우리의 접근법은 프라이빗 네트워크 수준의 기밀성을 개방된 퍼블릭 인프라에 직접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밀 USDC 볼트 4000만달러…기관 수요 ‘실사용’으로 확인

자마는 FHE가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금융상품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에 따르면 자마 프로토콜은 지난해 말 이더리움 메인넷 출시 이후 7억달러 이상의 기밀 거래량을 처리했으며, 기밀 방식으로 보호되는 총예치자산(TVL)은 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대표 사례는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 모포(Morpho)와 스테이크하우스 파이낸셜(Steakhouse Financial)이 구축한 기밀 USDC 수익형 볼트로, 약 4000만달러가 예치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당 볼트 예치금의 약 4분의 3이 잔액과 거래 규모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예치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투자자들이 동일한 금융상품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포지션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기관의 재무 부서와 자기자본 트레이딩 데스크가 퍼블릭 볼트를 꺼리는 이유는 자신의 포지션 크기와 진입 시점, 전략이 누구에게나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마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도 자산운용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29일 현장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의 주된 관심은 자산운용에 있다”며 “디지털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누구나 자신의 자산을 암호화하고 디파이에서 기밀성을 유지하면서 운용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마는 기밀형 USDC를 예치해 수익을 얻는 볼트에 이어 암호화된 토큰끼리 교환할 수 있는 기밀 스왑 상품도 출시했다.

기관 거래 영역에서도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마켓메이커 GSR과 기관 대상 기밀 장외거래(OTC)를 진행했으며, 토큰화 자산 인프라 T-REX Ledger에서도 기밀성 계층으로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기업 엘립틱(Elliptic)과는 거래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규제 준수를 위한 위험 검사가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있다.

FHE의 과제로 꼽혀온 연산 성능도 개선 중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에 따르면 자마가 공개한 GPU 벤치마크 기준 기밀 전송 처리 성능은 약 4년 전 초당 0.2건에서 현재 약 1000건으로 높아졌다.

볼트·OTC 넘어 결제로…“B2B·급여가 가장 큰 시장 될 수 있어”

자마가 바라보는 기관 FHE 시장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밀 대출 볼트와 토큰화 펀드 등 구조화 금융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 전략을 제공하면서 개별 투자자의 포지션 규모와 자산 배분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호가 요청 방식(RFQ)과 OTC 등 기관 거래 시장이다. 대규모 거래의 규모가 체결 전후 외부에 노출되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FHE를 통해 거래 조건과 규모를 보호하면서 온체인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이 장기적으로 더 큰 시장으로 지목한 분야는 결제다. 특히 기업 간 B2B 결제와 급여 지급 시장에서 기밀성 수요가 커질 것으로 봤다.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기업 간 대금을 주고받으면 공급업체 명단과 거래 규모, 지급 시점 등을 통해 기업의 영업 관계와 현금 흐름을 추정할 수 있고, 급여 역시 직원별 보수 내역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은 공급업체 목록이나 지급 조건, 현금 포지션을 누구나 볼 수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급여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가 성장할수록 기밀 결제가 온체인 금융의 주요 활용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스테이블코인·토큰증권 설계할 때부터 기밀성 넣어야”

자마는 한국을 기밀 온체인 금융의 주요 잠재 시장으로 보고 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을 둘러싼 제도 및 금융권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언급하며 “기밀성을 나중에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활용처로는 은행 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증권사의 토큰증권 거래, 자산운용사의 토큰화 펀드 및 담보 관리 등을 제시했다. 은행 간 결제 흐름이 경쟁 은행에 그대로 노출되거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토큰증권 시장에서 대규모 주문이 공개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밀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과 거래소, 컴플라이언스 및 분석 기업 등 현지 인프라 사업자와의 관계 구축을 우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언디파인드랩스(Undefined Labs) 등을 언급하며 현지 생태계를 이해하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사업 확장 목표도 구체화했다. 자마는 올해 말까지 프로토콜을 통해 암호화된 자산 규모를 5억달러까지 확대하고, 볼트와 기밀 스왑의 이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지원 자산과 거래 페어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 이더리움에서 운영 중인 프로토콜을 다른 이더리움가상머신(EVM) 호환 블록체인으로 확장하고, 2027년에는 솔라나 진출도 추진한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기관 금융에서의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할 기준으로 기밀 자산 규모와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연동을 꼽았다. 그는 “내년 이맘때까지 자마를 통해 암호화된 자산이 10억달러를 넘어서고, 적어도 한 곳의 적격 수탁기관과 중앙화 거래소에 기술이 통합된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우선 적절한 현지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라며 기관이 기존에 사용하던 금융 인프라를 통해 기밀 온체인 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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