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양성자치료는 수도권만?…동남권원자력의학원 내 센터 윤곽

입력 2026-09-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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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자치료, 중입자와 달리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
삼성서울병원·국립암센터 등 수도권만 존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치료·연구 기능 갖춘 센터 건립 목표

▲한영이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교수가 29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주관한 ‘동남권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한영이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교수가 29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주관한 ‘동남권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수도권에만 존재하는 양성자치료센터를 동남권에 새롭게 설립하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인프라 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부산 기장군 소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내 양성자치료센터가 구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주관한 ‘동남권 양성자치료센터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환자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원정 치료에 나서지 않도록 지역에서도 첨단 치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성자치료는 가속된 양성자 입자를 활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다. 정상조직의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중성자를 사용하는 중입자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양성자치료는 2011년 소아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으며, 2015년 이후 대부분의 암으로 급여 적용이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2007년 국립암센터가 처음으로 양성자치료를 시작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두 번째로 국내에 양성자치료센터를 개소했다. 국립암센터는 경기도 고양시, 삼성서울병원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어, 부산·동남권에서도 양성자치료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다.

한국의 인구 고령화와 암 환자 증가세를 고려하면, 비수도권의 양성자치료 인프라 필요성은 더욱 크다. 수도권에서 멀어질 수록 고령화 속도가 빠른것은 물론, 치료를 위해 거주지와 수도권을 오가는 환자들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무겁다. 비수도권 환자들에게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 효과가 명확한 선택지가 존재해야 한다는 요청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유도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략연구개발부 부장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 소아암 환자는 연간 약 200명으로 추정되는데, 지역 내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5명에 불과하며 이들 대부분은 한부모 가정이거나 서울로 가는 KTX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수도권 원정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한영이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양성자치료는 국소식도암에서 X선치료보다 독성 프로파일 위험도가 작았다”라며 “또한 소아뇌종양 환자에서 전뇌전척수 방사선치료 시 양성자치료가 X선치료보다 환아의 인지기능 저하가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암, 폐암, 췌장암 등에서도 표준치료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양성자치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보고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부산시와 기장군,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입자치료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치료와 연구 기능을 갖춘 복합 기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부지를 확보하고 기본 구상을 완료했다.

한 교수는 “양성자치료센터는 부지 안전성, 차폐 방법, 전력 및 공조 등 중요 설비 설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마치 공장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라며 “시설과 함께 인력확보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의료진뿐 아니라 엔지니어가 매우 중요하며, 시설을 운영할 인력 양성도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기 공급사가 제공하는 운영 인력 및 유지보수 조건과 비용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의료 이외의 연구 영역에도 양성자치료센터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항공우주국(NASA)이 로마린다 대학교 의료센터(LLUMC)와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 구축된 치료용 양성자 시설을 활용해 우주에서 활용하는 전자부품을 실험하고 있다. 대만 역시 대만우주항공청(TASA)이 2023년부터 우주방사선 측정 연합(TSRMA)을 구성해 의료기관의 중입자, 양성자, 감마선 관련 시설을 연구에 활용 중이다.

유 부장은 “동남권 양성자치료센터 구축 비용은 약 387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비용을 들인 시설을 오직 의료용으로만 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라며 “치료, 연구, 산업을 충돌시키지 않는 운영 거버넌스를 갖추면 국가전략기술의 병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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