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경 등 첨단 부정행위 대응 강화…대리시험 등 응시제한 5년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국가 공인 한국어능력시험(TOPIK·토픽)이 2029년 인공지능(AI)·디지털 기반 시험으로 전면 개편된다. AI를 활용한 자동 출제·채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집에서 시험을 치르는 ‘홈테스트’도 도입한다. AI 안경이나 초소형 이어폰 등을 활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이 같은 내용의 ‘토픽 개편 및 시행 확대 방안’과 ‘2027년 토픽 시행계획’을 29일 발표했다. 토픽은 1997년 도입된 이후 한국 유학과 체류자격 취득, 국내외 취업 등에 활용되는 한국어 시험이다. 지원자는 2023년 42만1812명에서 2024년 49만3287명, 지난해 56만6665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56만4606명이 지원해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현재 토픽 평가 체계는 2014년 개편된 이후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출문제와 문제풀이 전략이 축적되면서 실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과 시험 성적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대학 등 현장에서 제기됐다. 교육부는 AI·디지털 기반 평가 개편을 통해 2030년 토픽 지원자 100만명 시대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한국어교육과 측정·평가, AI·디지털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픽 개편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6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한다. 토픽 시행 30주년인 내년 개편안을 발표하고 2028년 시범 시행을 거쳐 2029년부터 새 체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중·고급 단계 통합·분리 여부와 쓰기·말하기 평가 방식, 지필시험(PBT)과 인터넷 기반 시험(IBT)의 평가 동등화 등이 논의 대상이다. 청소년용 토픽 개발도 검토한다.
AI를 활용한 자동 문항 출제와 채점 시스템도 구축한다. 문제은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등급별 문항을 생성하고, 쓰기·말하기 답안은 AI가 문법·어휘·논리 전개 등을 분석해 1차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다만 AI가 만든 문항과 채점 결과는 전문가가 최종 검증하도록 해 오류 가능성을 줄인다.
공간 제약 없이 자택에서 개인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는 ‘토픽 홈테스트’도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AI 감독 시스템을 활용해 안면 인식과 시선 추적 등 부정행위 방지 기술을 적용하고, 우선 유학이나 체류 등 행정절차에 직접 활용되지 않는 낮은 등급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시험 공정성 관리도 강화한다. 현재 시행령에 규정된 부정행위 관련 내용을 법률로 상향하고 부정행위의 경중에 따라 제재 기준을 다시 짠다. 대리시험과 문제지 유출, 신분증 위조 등 중대한 부정행위는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최대 4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응시자격이 정지된 경우 대학에 어학성적을 제출하는 것도 제한할 방침이다.
토픽 부정행위 적발·조치 건수는 2021년 331명에서 지난해 606명으로 늘었다. 전체 응시자의 약 0.1% 수준이다.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대리시험이나 대륙 간 시차를 이용한 문제지 유출뿐 아니라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AI 안경, 초소형 블루투스 이어폰 등 첨단기기를 악용한 부정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AI 안경이나 초소형 이어폰 등을 탐지할 수 있는 전파탐지기 보급을 확대한다. 국내 시험장에는 이미 보급을 완료했으며 내년부터 국외 시험장으로 확대한다. 국가별 시간대에 따라 문제지 간 유사성이 없도록 출제해 시차를 이용한 문제 유출에도 대응한다.
응시 기회도 확대한다. 국내에서는 시험장 신규 참여 기준을 완화하고 이주배경학생이 많은 학교나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근무하는 기업 등에 시험장을 설치해 단체 응시를 지원한다. 교육부는 이주배경학생의 경우 대학 다문화 특별전형 등에서 토픽 성적이 활용되는 만큼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토픽은 한국에 오는 해외 인재들의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시험 시행을 보다 선진화해 국제적으로 한국어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