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삼국지로 읽는 사람중심 3E와 여덟 가지 일터

입력 2026-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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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회사는 유비처럼 사람을 꽃피우는가, 동탁처럼 시들게 하는가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 (출처=본인 제공)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 (출처=본인 제공)
좋은 회사란 어떤 회사일까. 연봉, 복지, 성장률도 중요하지만 나는 질문 하나를 더 하고 싶다. "그 회사에서 일하면서 사람의 잠재력은 더 꽃피고 있는가, 아니면 조금씩 시들고 있는가?" 잠재력이 꽃피는 회사가 플러리싱(Flourishing) 조직이고, 잠재력이 시드는 회사가 위더링(Withering) 조직이다. 이 질문으로 보면 1800여 년 전의 '삼국지'가 놀랍도록 현대적인 조직 이야기로 읽힌다.

조직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세 가지 드라이버, 3E가 있다. 공감(Empathy)은 "이 회사는 나를 존중하는가", 자율(Empowerment)은 "이 회사는 나에게 맡기는가", 지원(Enablement)은 "이 회사는 내가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는가"라는 질문이다.

세 질문에 각각 "그렇다"와 "아니다"가 있으니 2×2×2, 여덟 가지 일터가 나온다. 삼국지의 여덟 인물을 조직문화 페르소나로 삼아 하나씩 살펴보자.

1. 유비 - 플러리싱형(공감高·자율高·지원高)

유비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능력이었다. 초야의 선비를 세 번 찾아가 모셔오고(삼고초려), 모셔온 뒤에는 나라의 일을 맡겼다. 존중했고, 맡겼고, 뜻을 펼칠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나델라도 같은 길을 걸었다. "다 아는 사람"의 문화를 "다 배우는 사람"의 문화로 바꾸고 권한을 넘기자, 3천억 달러 남짓이던 회사가 10년 뒤 3조 달러를 넘었다.

장점.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충돌하지 않는다. 직원이 "이 회사에 들어온 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나보다 뛰어난 인재가 모여든다.

단점. 올릴 E가 없는 대신 유지가 어렵다. 유비도 이릉대전에서는 만류를 듣지 않아 크게 패했다. 세 경험의 조화가 지금도 지켜지고 있는지 계속 물어야 한다.

2. 손권 - 온실형(공감高·자율低·지원高)

손권의 조직에는 주유·노숙·여몽·육손으로 인재가 세대를 이어 등장했고, 오나라는 삼국 중 가장 오래 버텼다. 챙겨주고 지원하는, 따뜻한 온실 같은 조직이다.

장점. 안정성이다. 인화와 심리적 안전이 있고 인재가 오래 남는다. 직원을 두텁게 챙기며 수십 년 성장한 코스트코처럼, 온실이 곧 정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단점. 결정은 위에서 한다. 온실이 지나치게 편안해지면 도전이 사라진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고도 필름의 이익에 안주하다 파산한 코닥이 그 끝이다.

한 걸음. 이미 존중하고 지원하고 있으니, 사람을 믿고 결정을 넘기면 플러리싱형이 된다. 플러리싱형에서 가장 가까운 유형이다.

3. 조자룡 - 프로형(공감低·자율高·지원高)

능력이 뛰어나고 크게 떠들지 않고 정치도 하지 않지만, 맡기면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다. 장판파에서 홀로 적진을 뚫은 조자룡 같은 프로들의 조직이다.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가족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팀"이라 부르며, 붙잡지 않을 사람은 넉넉한 퇴직금을 주고 보낸다.

장점. 역할과 성과가 분명하다. 프로를 발굴해 충분한 자원과 자율을 주니 실행력이 뛰어나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마음껏 일할 무대가 된다.

단점. 자유롭지만 외롭다. 맡기고 지원하지만 선수로서 수명이 다하면 더 이상 돌보지 않는다. 성과가 날수록 관계가 비어가고, 결국 그 프로를 잃는 경우가 많다.

한 걸음. 공감을 올리면 플러리싱형이 된다. 프로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권한이 아니라 힘들 때 기댈 곳이다.

4. 관우·장비 - 열정동아리형(공감高·자율高·지원低)

도원결의에는 계약서도 KPI도 스톡옵션도 없었다. 그들을 움직인 것은 관계와 의리였다. 창업 초기 "우리는 가족"이라는 문화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장점. 열정과 결속이다. 밤을 새워도 즐겁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 스타트업 초기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다.

단점. 시스템이 없다. 조직이 150명을 넘으면 관계만으로 운영할 수 없는데, 채용·평가·프로세스 없이 열정과 희생으로 버틴다. 관우·장비의 의리가 나라가 되려면 제갈량의 제도가 필요했다.

한 걸음. 지원을 제도화하면 플러리싱형이 된다. 열정에 시스템을 더하는 것이지, 열정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5. 제갈량 - 과잉의존형(공감高·자율低·지원低)

"내가 하면 더 빠르다." 제갈량은 작은 형벌까지 모두 직접 살폈고, 사마의는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많으니 어찌 오래 버티겠는가"라고 내다봤다(식소사번). 그는 오장원에서 쓰러졌고, 촉에는 "대장이 없어 요화가 선봉에 선다"는 말이 남았다.

장점. 유능한 리더의 빠른 판단 덕에 초기에는 조직이 매우 효율적으로 보인다. 리더는 직원에게 관심이 많고 사이도 좋다.

단점. 리더가 대신해주는 것은 지원이 아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게 되고, 리더가 뛰어날수록 구성원의 자율과 역량이 함께 잠든다. 가장 뛰어난 재상을 가졌던 촉이 삼국 중 가장 먼저 무너졌다.

한 걸음. 자율을 올리면 열정동아리형, 지원을 올리면 온실형이 된다. 첫걸음은 리더가 일을 하나 내려놓는 것이다.

6. 여포 - 용병정글형(공감低·자율高·지원低)

여포는 삼국지 최고의 무장이었지만 배신을 거듭하며 신뢰를 잃었고, 결국 처형됐다. 회사가 "알아서 하라"고 맡기기만 하고 공감도 지원도 없으면, 사람들은 조직의 목표보다 자신의 보상과 시장 가치를 먼저 계산한다.

장점. 뛰어난 개인들과 높은 자율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민첩하고 화려한 성과도 낸다.

단점. 인재가 곧 문화는 아니다. 동료는 경쟁자가 되고 지식은 공유되지 않는다. 해마다 하위 15%를 잘라내던 엔론에서 사람들은 옆자리 동료와 싸웠고, 회사는 무너졌다. 신뢰 없는 능력은 자산이 아니라 위험이다.

한걸음. 공감을 올리면 열정동아리형, 지원을 올리면 프로형이 된다. 정글에서 나오는 첫걸음은 "우리가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7. 조조 - 톱니바퀴형(공감低·자율低·지원高)

조조는 위기에 강하다. 출신을 따지지 않고 능력만으로 사람을 쓰고, 결정하면 실행한다. 그러나 공융과 양수를 죽이고 순욱과 등을 돌렸듯,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일은 맡기지만 사람은 믿지 않는" 조직에서 사람들은 부품처럼 움직인다.

장점. 제도와 시스템, 속도다. 위기에는 명확한 지휘와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그때는 이 방식이 조직을 살린다. 파산 직전의 크라이슬러와 IBM을 살린 것도 전시 리더십이었다.

단점. 위기가 끝나도 전시체제가 계속되는 것이다. 사람은 존중받지도 맡겨지지도 않고, "왜"보다 "지시"만 남는다. 성과는 나지만 사람이 시들 위험도 함께 커진다.

한걸음. 공감을 올리면 온실형, 자율을 올리면 프로형이 된다. 시스템 안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8. 동탁 - 위더링형(공감低·자율低·지원低)

동탁의 조직에서 사람들은 존경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따른다. 공포는 행동을 바꾸지만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겉으로는 일사불란해 보여도,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직원의 목소리다.

장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단기적 복종이 만드는 일사불란함은 장점이 아니라 착시다.

단점. 침묵이다. 실패를 숨기고 나쁜 소식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챌린저호 발사 전날 밤 엔지니어들의 반대는 묵살되었고, 대가는 일곱 명의 목숨이었다. 사람들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에 에너지를 쓰며 시들어 간다.

한 걸음. 셋 중 하나만 올려도 벗어나지만, 첫걸음은 공감이어야 한다. "말해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경험 하나가 침묵을 깬다.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이 가야 할 길

여덟 유형은 낙인이 아니라 방향이다. 이웃한 유형과는 E 하나 차이여서, 어느 유형이든 E 하나를 올리면 플러리싱형 쪽으로 옮겨간다. 다만 순서가 있다. 첫걸음은 언제나 공감이다. 존중받는 경험이 없으면 자율도 지원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존중이 없는 자율은 정글이 되고, 존중이 없는 지원은 톱니바퀴가 된다.

이러한 8가지 일터, 그 방향의 끝에 사람중심 기업가정신(Human-Centered Entrepreneurship)이 있다. 출발점은 사람을 보는 눈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은 쓰고 소모하는 자원(Human Resource)이 아니라 꽃피워야 할 잠재력(Human Potential)이다. 자원은 사용하지만, 잠재력은 꽃피운다. 기업의 성과는 사람의 잠재력을 뽑아내는 데서가 아니라 그 잠재력을 꽃피우는 문화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길은 세 걸음으로 요약된다. 사람을 이해하고(Understanding), 사람에게 투자하고(Investing), 그 위에서 사람을 신뢰하는(Trusting) 것이다. 공감이 이해라면, 지원이 투자이고, 자율이 신뢰다.

리더십의 목적은 리더 한 명이 위대해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없어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협력하고, 더 큰 사람이 되어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사람중심기업가정신의 3E 모델이고, 사람중심 기업가정신의 드라이버이다.

기업을 보고 매출과 이익을 묻는 질문에 이제 하나를 더 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잠재력은 얼마나 성장했는가?" 좋은 회사는 "사람이 들어왔을 때보다 나갈 때 더 성장해 있는 회사"다. 유비는 사람을 꽃피우고, 동탁은 사람을 시들게 한다. 당신의 회사는 지금 사람을 꽃피우고 있는가, 시들게 하고 있는가.

김기찬 교수는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프레지던트대학 국제총장을 맡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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