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추석엔 가까이, 긴 가을엔 깊게…여행 공식이 달라졌다

입력 2026-09-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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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짧아지자 가까운 해외·국내 지역으로 ‘시간 효율형 여행’ 부상
사가현 예약 145% 뛰어…온천·미식·렌터카 앞세운 소도시 여행 확산
방한객도 서울 밖으로 발길…지역·취향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을 관광

▲한국인의 추석 연휴 해외 여행지 인기 순위 (자료제공=트립닷컴)
▲한국인의 추석 연휴 해외 여행지 인기 순위 (자료제공=트립닷컴)

올가을 여행의 기준이 ‘유명한 곳’에서 ‘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짧은 추석에는 일본과 국내 지역처럼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목적지가 선택받고, 일정에 여유가 있는 여행객은 온천·미식·자연 등 특정 경험을 찾아 소도시로 향한다. 이런 변화는 해외여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사이에서도 서울·부산·제주뿐 아니라 지방 도시의 예약이 늘고 있다. 국내 관광 역시 산행과 생태, 음식처럼 개인 취향을 지역과 연결하는 상품이 등장했다. 올가을 여행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거리’보다 ‘경험의 밀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24~27일로 지난해 10월 3~9일보다 짧다. 제한된 휴일은 여행 목적지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트립닷컴 예약에서 국내 여행객이 추석에 가장 많이 선택한 해외 지역은 일본이었다. 오사카·후쿠오카·도쿄가 1~3위를 차지했고 다낭·나트랑·상하이가 뒤따랐다. 공식 연휴보다 하루 빠른 23일 출발자는 24일 출발자보다 약 5% 많았다. 휴가를 덧붙여 체류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짧은 연휴의 한계를 보완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호텔 예약은 부산, 서귀포, 제주, 광주, 서울 순으로 많았지만 증가세를 보면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익산·아산·고창·양평·천안·홍천·태백 등이 전년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예약 규모에서는 기존 관광도시가 앞서지만 성장 속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이 존재감을 키운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대표 관광지만 찾기보다 자연과 지역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목적지를 고르는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여행에서 더욱 뚜렷하다. 모두투어의 올해 1~8월 규슈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는데 사가현은 145% 뛰었다. 같은 규슈 안에서도 사가현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처럼 익숙한 도시를 찾는 수요가 여전히 크지만, 반복 방문객을 중심으로 온천과 음식, 도자기 등 지역색이 분명한 목적지를 찾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여행사와 플랫폼의 대응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모두투어는 사가규와 요부코 오징어, 다케오, 우레시노 온천 등을 묶고 사가·유후인·가라쓰 또는 사가·사세보·하우스텐보스를 연결하는 상품을 내놨다. 현지 스터디투어까지 진행해 숙박과 이동 환경을 점검했다. 지역의 여러 관광 자원을 일정 안에 조직하는 패키지 방식에 무게를 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 일본 규슈 사가현 숙소·렌터카 할인 프로모션
▲마이리얼트립, 일본 규슈 사가현 숙소·렌터카 할인 프로모션

마이리얼트립은 같은 사가현을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숙소와 렌터카를 중심에 놓고 항공과 투어·액티비티를 결합했다. 사가현 숙소에는 최대 10만 원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1박 이상 예약자에게 렌터카 5만 원 할인쿠폰을 추가로 지급한다. 가가미야마 전망대와 루트그랑블루, 요부코, 오카와치야마, 다케오, 우레시노를 잇는 2박 3일 코스도 제안했다. 모두투어가 정해진 동선을 상품화했다면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자가 직접 이동 경로를 짜는 자유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방식은 달라도 두 회사가 사가현에서 주목한 것은 미식·온천·지역 문화라는 점에서 맞닿는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움직임에서도 ‘지역 확장’이 확인된다. 추석 기간 트립닷컴을 통한 국내 도시 예약은 서울, 부산, 제주, 인천, 서귀포 순으로 많았다. 반면 호텔 예약의 전년 대비 성장세에서는 아산·창원·청주·구미·영월·삼척·고양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여행객이 일본에서 규슈 소도시로 관심 범위를 넓히는 현상과 외국인이 한국의 지방 도시를 찾는 움직임이 동시에 포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을철 아시아 연휴는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9월 19~23일 일본 연휴 동안 트립닷컴 일본 사이트에서 한국은 항공 예약 기준 해외 목적지 1위를 차지했다. 한국행 하루 평균 예약량은 전년 동기보다 약 57% 증가했고 부산행은 약 121% 뛰었다. 10월 1~7일 중화권 국경절 연휴에는 서울의 항공 예약이 전년보다 약 91% 늘었다. 부산은 대만 여행객 선호 목적지에서 서울보다 한 계단 높은 4위에 올랐고, 제주는 홍콩·중국 본토·싱가포르의 인기 목적지 상위권에 포함됐다.

국내 관광 정책도 목적지 자체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5인 5색 취향여행’은 산행·액티비티·생태·미식·가족을 주제로 인구감소지역을 연결한다. 박성준 풍수 전문가의 ‘운수 좋은 산행’, 2PM 우영과 함께하는 ‘텐션업’, 배우 김석훈이 참여하는 ‘지구랑’, 이문정 셰프의 ‘가을맛’, 크리에이터 지지부부와 떠나는 ‘가족소풍’ 등 총 25차례 여행을 마련했다. 유명 관광지를 앞세우기보다 관심사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지역을 찾아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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