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 - 이혼] 753억 비상장주식, 이혼하면 어떻게 나눌까

입력 2026-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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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이혼할 때 재산분할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개 ‘얼마를 나눌 것인가’에 있다. 어느 재산이 분할대상인지, 각 배우자의 기여도를 몇 퍼센트로 볼 것인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진다. 그런데 나눠야 할 재산의 대부분이 현금이 아니라 회사 주식이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얼마를’ 나눌 것인지 못지않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 16040 판결).

이혼하는 부부의 분할대상 재산은 약 891억원이었다. 그중 남편이 보유한 비상장회사 주식의 가치가 약 753억원으로 전체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내는 회사 주식은 남편이 그대로 보유하되 자신의 재산분할 몫은 현금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남편은 주식 자체를 나누는 현물분할을 주장했다.

원심은 남편에게 회사 주식을 모두 귀속시키고, 대신 아내에게 약 14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방법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배우자가 계속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고, 다른 배우자는 자신의 몫을 현금으로 깔끔하게 정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비상장주식은 이처럼 한쪽 배우자에게 귀속시키고 상대방에게 그 가액을 금전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대상분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대상분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문제는 남편의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주식이었다는 점이다. 753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당장 수백억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처럼 시장에서 쉽게 팔 수도 없다. 거액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하려면 보유 주식을 처분하거나 다른 재산을 매각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거액을 차입해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고정돼 있지 않다. 회사가 성장하면 크게 오를 수 있지만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 반대로 급격히 하락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쪽 배우자는 이러한 주식을 전부 보유하면서 향후 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까지 부담하고, 다른 배우자는 평가된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확정된 현금을 받게 된다면 과연 항상 공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대상분할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더라도 그 결과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다면 이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필요한 경우 주식 일부를 상대방에게 직접 이전하고 나머지를 금전으로 정산하는 등 현물분할과 대상분할을 혼합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기업가나 비상장회사의 대주주가 당사자인 이혼 사건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실무에서는 회사의 경영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회사 주식은 기존 주주인 배우자에게 귀속시키고 다른 배우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회사의 가치가 수백억원이라고 해서 그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리한 현금 지급을 명하면 회사 주식을 급하게 처분해야 하거나 과도한 채무를 부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경영권이나 존립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가 회사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면 단순히 현재 평가된 주식가치만을 기준으로 현금을 지급받는 것이 반드시 공평하다고 할 수도 없다. 향후 회사가 크게 성장한다면 그 성과는 주식을 보유한 배우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재산분할은 단순한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 혼인 중 함께 형성한 재산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재산의 성격과 유동성, 장래 가치, 당사자의 경제적 상황까지 고려해 실질적으로 공평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장부상 100억원의 회사 주식과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100억원의 현금은 현실에서는 결코 같은 재산이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를 나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는 것이 공평한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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