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앞두고…제주가 왜 이러나 [이슈크래커]

입력 2026-09-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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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주공항. (연합뉴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주공항. (연합뉴스)


요즘 하늘이 너무 푸릅니다. 지나치게 깨끗한 가을 하늘, 선선한 바람에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솟구치는데요. 곧 연휴 일정까지 다가오면서 더 심해지고 있죠.

가을 여행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제주입니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는 섬, 푸른 바다와 오름, 제철 먹거리까지 갖춰 연휴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적인 국내 여행지죠.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뒤숭숭한 소문과 사건이 잇따르고 있거든요.

실종 신고를 담당 경찰관이 허위로 종결한 장미란 씨 사건을 계기로 온라인에서는 ‘제주 여행이 무섭다’는 반응이 확산했습니다. 식당의 갈치조림 양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중국인 조직의 성매매 알선 사건, 중국인 10대 관광객의 제주공항 항공 관제 교신 불법 청취 사건도 알려졌죠.

서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안들이지만, 내국인 관광객과 관광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격과 안전, 공항 보안 논란이 잇따른 것은 제주 관광에 부담입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24일부터 27일까지죠. 이후 10월에는 개천절 대체공휴일과 한글날 연휴가 이어지는데요. 여름 성수기 이후 다시 찾아온 연휴 특수를 앞두고 제주 여행 수요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요?


(뉴시스)
(뉴시스)


9월 내국인 관광객 8% 감소

관광객 통계만 보면 최근 제주를 찾는 내국인이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13일 공개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1일부터 12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35만203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죠.

장미란 씨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8월에도 내국인 관광객은 107만2403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5% 감소했는데요.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 감소를 장 씨 사건의 영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죠. 내국인 관광객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인 5월부터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년 동월 대비 내국인 관광객은 5월 7.2%, 6월 11.5%, 7월 5.2% 줄었는데요. 8월 감소율 2.5%는 오히려 앞선 석 달보다 낮았습니다. 외국인을 포함한 8월 전체 관광객은 134만1373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0.1% 감소했는데요. 내국인은 줄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26만8970명으로 10.9% 늘면서 전체 감소 폭을 상쇄했습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누적 관광객도 981만15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는데요. 내국인은 798만115명으로 1.7%, 외국인은 183만35명으로 13.5% 늘었죠.

내국인 관광객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는 제주 국내선 축소가 꼽히는데요. 제주도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제주관광공사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선 공급 좌석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5%, 약 37만 석 감소했죠. 하루 평균 2000석가량 줄어든 셈입니다.

같은 기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도 6.4% 감소했는데요.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확대하고 항공기 정비와 운항 일정을 조정하면서 제주 노선에 투입되는 항공편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되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다시 찾지만 덜 쓴다…갈치조림이 건드린 ‘물가 불신’

제주를 다시 찾는 관광객은 늘었지만, 현지에서 쓰는 돈은 줄었습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3월 31일 발표한 ‘2025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소비지출액은 63만9285원이었는데요. 2024년보다 3만694원 감소하며 2022년 이후 이어졌던 66만원 대에서 63만원 대로 내려왔죠.

반면 최근 3년 이내 제주 재방문율은 90.1%로 전년보다 3.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평균 체류기간은 3.75일, 전반적인 여행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8점이었죠. 전국과 비교해도 제주의 관광 매력은 여전히 높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해 7월 1일 공개한 ‘2025년 국민여행조사’에서 제주의 관광여행 종합만족도는 83.2점으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죠. 숙박여행 만족도도 83.4점으로 전국 1위였고 평균 숙박여행 기간은 3.27일로 가장 길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죠. 관광지 물가와 혼잡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71점대에 그쳤습니다. 제주의 자연과 여행 경험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여행 중 마주하는 가격에는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준 건데요.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불거진 갈치조림 논란은 제주 물가에 대한 기존 불신을 다시 건드렸습니다. 7일 이용자는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7만2000원짜리 갈치조림 4인분을 주문했지만 양이 부족해 보였다고 SNS 스레드에 게재했는데요. 돔베고기와 계란찜까지 추가해 약 9만원을 결제하고도 배가 고팠다고 말이죠.

식당은 8일 입장문과 조리 영상을 공개하며 반박했습니다. 갈치조림 4인분에는 갈치 22조각이 들어가는 것이 정량이며 생선의 크기와 부위, 촬영 각도에 따라 양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해명했죠. 공개된 영상에서는 1인분에 갈치 7조각, 4인분에는 22조각이 담겼습니다. 28조각이 아닌 22조각이라는 해명에 온라인상 공방은 더 커졌는데요.

식당 한 곳의 논란을 제주 음식점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는 없죠. 다만 공방은 제주에 대한 여행 만족도와 별개로 관광지 물가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 104일 만에 숙소 400m 앞에서 발견

가격 논란보다 제주 관광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장미란 씨 실종 사건입니다. 장 씨는 5월 12일 밤 제주시 한림읍의 숙소를 나간 뒤 연락이 끊겼는데요. 연인은 5월 15일 오후 6시 43분 실종신고를 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거짓말한 뒤 오후 9시 16분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습니다. 신고 접수 후 불과 2시간 33분 만이었으며 경찰 전산망에는 종결 사유가 ‘교통사고 사망’으로 허위 입력된 것으로 조사됐죠. 장 씨는 8월 24일, 실종 104일 만에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400m 떨어진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여행객의 불안을 키운 것은 범죄 가능성보다 실종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인데요. 허위 종결로 초기 수색과 주변 CCTV 확인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죠. 해당 경찰관은 다른 60대 남성의 실종사건도 소재를 확인한 것처럼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 남성 역시 신고 51일 만인 8월 22일 숨진 채 발견됐죠.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실종수사팀에서 처리한 사건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도 8월 27일 관계기관 회의를 연 데 이어 9일 ‘제주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를 출범했죠. 경찰과 소방·해경·행정기관이 사건 초기부터 정보를 공유하고 담당자 한 명이 임의로 종결하지 못하도록 통합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제주공항서 관제 교신 90분 청취

14일에는 제주공항 보안과 관련한 사건도 알려졌습니다. 중국 국적의 10대 관광객 A 군은 지난달 27일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휴대용 무전기로 관제탑과 항공기 사이의 교신을 약 1시간 30분 동안 들은 혐의를 받는데요.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이용객의 제보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출국이 정지됐죠.

관제 주파수 자체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공개돼 있는데요. 경찰은 A 군이 무전기를 반입한 경위와 교신을 장시간 청취한 목적, 대공 관련성 등을 조사하고 있죠. 현재까지 간첩이나 테러 목적이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6월 23일 중국어 인터넷 사이트와 위챗을 이용해 중국인 관광객 등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한 중국인 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경찰은 운영자로 지목된 30대 여성을 구속하고 조직원들을 입건하거나 추적에 나섰죠.

두 사건의 피의자가 모두 중국 국적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관광객 관리 문제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2024년 같은 기간보다 31.9% 증가했는데요. 방문객 증가에 맞춰 공항과 숙박시설,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대응할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제주 기피’ 단정은 일러…연휴가 첫 시험대

장미란 씨 사건이 알려진 뒤 일부 숙박업체에 예약 취소 문의가 들어왔지만, 제주여행을 대거 취소하는 움직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현재까지 제주 관광이 맞닥뜨린 상황은 ‘관광객의 제주 기피’보다 ‘내국인 관광시장의 약화’에 가깝습니다. 항공 좌석 감소와 여행비 부담으로 내국인 관광객과 1인당 지출이 줄어든 가운데 가격·안전·공항 보안 논란까지 잇따르며 제주행을 망설이게 할 요인이 늘어난 것이죠.

반면 관광 만족도 전국 1위와 내국인 재방문율 90.1%는 제주의 여행 경쟁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관건은 최근의 부정적인 인식이 실제 예약 취소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느냐인데요.

그 첫 시험대가 바로 추석과 10월 연휴입니다. 최근의 가격·안전 논란이 일시적인 우려에 그칠지, 실제 예약과 관광 소비 감소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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