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협업 통해 비약적인 지식성장
공감 담은 맥락적 사고가 핵심열쇠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보고서와 코드, 경영 전략 초안까지 순식간에 쏟아내는 시대다. 과거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영역을 AI가 빠르고 정교하게 수행하면서, 현장에서는 “AI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웹스터 사전은 창의성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실제로 존재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기존의 틀을 깨뜨리는 ‘파괴적(Destructive)’ 속성과 정해진 공식을 벗어나는 ‘탐색적(Heuristic)’ 과정이라는 창의성의 본질은 AI 시대에도 변함이 없다. 다만 AI의 등장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구현하는 실질적인 양상과 맥락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창의성이 주로 개인의 두뇌 속에 축적된 지식과 독창성에 의존한 외로운 작업이었다면, 오늘날의 창의성은 ‘연결과 협업’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장된다. 연결이 곧 지능이 되는 시대다. 민감성, 연상, 독창성, 유연성, 재정의 능력 등 전통적인 창의성 요소들은 AI라는 강력한 파트너를 만나 새로운 수준의 역량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창의력(Creative Ability)은 ‘지식(Idea-Data)’과 ‘창의성(Creative Mind)’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 AI는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순식간에 분석하여 다양한 아이디어 파편과 초안을 제시함으로써 ‘지식’ 영역을 비약적으로 넓혀준다. 이러한 확장이 인간의 창의성(창의적 태도)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실제에 적용되는 더 큰 창의력을 만들어낸다. AI가 제시한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현실 문제에 맞춰 재정의하고 평가하고 적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AI 협업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창의성의 핵심 요소는 민감성, 패턴 인식, 연결, 독창성, 그리고 ‘맥락(Context)의 이해와 재정의 능력’이다. AI가 방대한 초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라도, 복잡한 현실 맥락과 인간적 공감을 반영하여 ‘날 것(Raw)’의 아이디어를 완결된 가치로 다듬어내는 것은 오직 도메인(Domain) 지식과 숙련된 안목을 지닌 인간 전문가뿐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지적 지평을 넓혀주는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이자 상호작용하는 파트너다.
예컨대 AI가 초안 작성과 탐색을 맡고, 인간은 질문과 평가, 맥락 적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진다. 여기서 ‘맥락적 사고(Contextual Thinking)’란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고립된 상태로 보지 않고,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적 배경, 사용자 의도, 전후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맥락적 사고야말로 창의적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그렇다면 협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는 누구이고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AI가 내놓는 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탐색 · 숙고 능력, 자율성과 도전 정신, 모호한 상황을 견디며 새로운 패턴을 찾아내는 유연성, 그리고 경험과 통찰에서 우러나오는 숙련된 직관을 가진 이들이다. 기술적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맥락을 읽어내는 인물이 시대를 선도한다. 이들은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맥락을 빠르게 파악해 추론해내는 ‘효율적 학습자’이기도 하다.
인간·AI 협업 시대의 창의성은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 첫째, 단단한 도메인 지식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한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우열을 가리려면 전문가적 안목과 맥락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도메인 지식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AI에 전적으로 의존해 단기 성과에 만족하는 이들은 실제 현장 적용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닌 ‘생각의 스파링 파트너’로 삼는 ‘실험과 협업’을 지속해야 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의 슈라기 교수는 AI를 통해 정답을 구하는 대신 “본질에 다가가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처럼 통찰을 이끌어내는 ‘프롬프트 학습 선순환’과, 내 아이디어를 비판하게 하는 ‘건설적 대립’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라고 권고한다.
셋째,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문학적 소양’과 함께 소통, 감성 지능, 공감, 협업 능력, 불확실성 대응능력 등 ‘휴먼 스킬’의 강화가 절실해진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의식, 세상을 바라보는 민감성만이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진정한 독창성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
AI 시대의 창의성은 기존의 개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성을 품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지능의 바다’ 위에서 중심을 잡고, 맥락을 읽으며, 가치를 선별해 내는 인간의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