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없는 지배구조에 사욕화 논란
독립적 감독 기구 설치할지 주목돼

“피파(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을 바꾼다고 누적된 문제가 해결될까?”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은 2016년 취임 후 중요한 정책 결정을 멋대로 하고 중립을 지켜야 할 스포츠를 끊임없이 정치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랬던 그가 또 일을 저질렀다.
7월 19일 월드컵 폐막 직후 피파는 월드컵 중계권 등을 맡을 자회사를 설립해 민간 투자자에게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피파 회원인 211개 축구협회와 상의하지도 않았고 규정된 의사결정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200억달러 규모의 자회사 설립에서 약 42억달러, 약 6조원을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려 했다. 트럼프의 사돈이 유력한 투자 참여자로 거론됐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피파가 신설한 평화상의 첫 수혜자로 트럼프를 시상했다. 또 트럼프의 전화를 받고 월드컵 경기 중 퇴장당한 미국의 공격수 발로건의 징계를 유예해줬다. 사사건건 정치화를 야기해 비판을 자초할 일만 저질렀다.
회장을 교체한다고 피파의 실추된 위상이 높아지지 않는다. 큰 수익을 올리는 피파를 견제하고 감시할 독립적인 기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파의 거버넌스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럽축구연맹(유에파)이 먼저 나섰다. 유에파는 “월드컵은 투자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 투자자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자회사 설립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난달 초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의 5대 프로축구리그가 피파의 지배구조 개편을 촉구했다. 유에파의 성명 직후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등도 동참해 이 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는 경고까지 나오자 계획이 철회됐다.
유에파는 인판티노에 대한 반감이 크다. 유에파 사무총장 출신인 그가 사욕을 앞세워 계속해서 문제를 만들고 거버넌스 개혁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은 55개 회원사를 거느려 피파의 지역 회원연맹 가운데 최대 조직이다. 또 21세기에 열린 6번의 월드컵 가운데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국가가 4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 강대국 유럽의 영향력이 클 수 밖에 없다.
인판티노가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은 내년 3월의 회장 선거 때문이다. 그는 4선을 노리고 있다. 자회사를 설립해 외부 투자를 받으면 각 대륙 축구협회를 더 지원할 수 있기에 자신의 4선에 도움이 되리라 여긴다. 원래 회장은 세 번 연임만 가능한데 그는 2016년 1기 때 임기 4년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4선 출마를 주장한다. 당시 뇌물 스캔들 때문에 제프 블레터 회장이 조기 사임하고 그가 잔여 임기 3년을 채웠다.
2015년 3월 말 스위스 경찰은 피파 이사회를 앞두고 취리히 5성급 호텔을 급습해 브라질 축구협회 회장 등을 긴급체포했다. 미 법무부가 주도한 이 수사에서 피파의 고위직 40여 명이 기소됐다. 축구 중계권 등을 미끼로 이들은 1억5000만달러가 넘는 뇌물을 받았다. 블레터 회장은 이 스캔들로 조기에 사퇴해야 했고 당시 거버넌스 개혁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약속된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거버넌스 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미구엘 마두로 글로벌가톨릭법학대학교(포르투갈 리스본 소재) 학장은 지난달 4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이번에도 인물만 바꾼다면 피파 개혁은 물건너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축구시장을 지배하는 피파의 경우, 내부에 설치돼 회장이 통제하는 유명무실한 감독기구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개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현재 피파의 돈 버는 활동과 규제 권한을 분리해 독립적인 감독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구가 있어야 회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도 경고하고 정책결정과정도 자율성을 갖고 견제할 수 있다. 아울러 지금처럼 축구협회 관계자들만 참여할 것이 아니라 여성 선수들까지도 포함한 포용적인 거버넌스 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유에파는 최대 조직에 걸맞게 다른 대륙의 축구연맹들과 연대해 거버넌스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스캔들로 얼룩진 피파의 오명이 벗겨지고 세계인들이 즐겨보는 축구의 위상이 유지될 수 있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