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회 내 위원회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내이사의 정보 공급이 줄어 사외이사(독립이사)의 실질적 기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거버넌스 포커스 제38호'를 통해 국내 기업 이사회를 위한 전문가 제언을 담은 '이사회 가이드' 여섯 번째 시리즈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호에는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가 '이사회 내 위원회'를 주제로 기고해, 위원회 구성 및 운영의 방향성과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분석했다.
기고문에 따르면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이사회 내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사회가 위원회에 위임한 사항은 전체 이사회가 번복하지 않는 한 이사회 결의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제언이다. 김 교수는 "위원회의 성격에 따라 독립성과 전문성, 사업 이해도를 균형 있게 고려한 구성이 필요하다"며 "사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위원회는 사내이사 중심으로 구성하고, 감독 기능이 중요한 위원회는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법원이 이해관계 없는 이사의 결의를 존중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중요 결정을 맡기는 관행이 발달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독립성 강화를 위한 이러한 흐름이 정보 흐름 왜곡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가 활성화될수록 사외이사의 정보력이 약화되고 이사 간 커뮤니케이션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원회 구성원이 아닌 사내이사가 위원회 운영에 ‘초청’ 형식으로 참여해 사실상 위원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가장 주의할 점은 사외이사 중심의 위원회 활성화로 형식적 권한이 축소된 사내이사들이 실질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사회에 제공하는 정보를 줄이는 것"이라며 "정보가 부족한 사외이사는 자연스럽게 사내이사의 의견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판단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고문은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대원칙도 제시했다. 사외이사는 회사 외부에서 경영진을 감시·감독하는 존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해야 하는 ‘원팀’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은 사외이사 역할의 일부일 뿐”이라며 “위원회 운영이 독립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정보 공유를 저해해 사외이사가 실질적 기여 없이 형식적인 독립성만 갖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왕건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장은 “아직 한국 기업의 이사회는 위원회 운영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위원회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가 앞으로 거버넌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