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절반을 뒤덮은 분홍색 나비부터 볼 위에 빼곡히 놓인 무지개색 라인스톤, 다리에 새긴 표범무늬까지. 최근 해외 SNS에서는 반짝이는 보석 수십 개를 얼굴과 몸에 붙인 팝스타들의 모습이 잇따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탓에 일각에서는 '억지 바이럴'이 아니냐는 반응도 발견되죠.
다만 이 유행에 탑승한 인물이 적지 않습니다. 팝스타부터 걸그룹은 물론 인플루언서와 페스티벌의 관객들까지 얼굴과 몸을 비즈와 보석 장식으로 꾸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이른바 '비다즐링(bedazzling)'으로 불립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유행은 아닌데요. 아이 메이크업을 넘어 쇄골과 어깨, 가슴까지 글리터와 쉬머 펄을 바르는 '보디 글리터'가 확산한 바 있기도 하죠.
일상에서 따라 하기 어려운 비다즐링이 지금 다시 소환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의 반짝임을 새롭게 받아들인 Z세대와 유행에 올라탄 스타들을 살펴봤습니다.

'비다즐링'은 의상이나 소품, 피부 등에 라인스톤과 크리스털 같은 반짝이는 장식을 붙이는 것을 뜻합니다. 얼굴에 붙이면 '페이스 젬', 팔·다리·등을 장식하면 '보디 젬'이라고도 부르죠.
페이스 젬이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계기 중 하나는 2019년 공개된 미국 HBO 드라마 '유포리아'일 겁니다. 등장인물들이 눈가와 눈썹 주변에 글리터와 작은 크리스털을 붙인 메이크업을 선보이면서, 이 장식은 극 중 인물의 감정과 개성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됐는데요. 이후 '유포리아 메이크업'이라는 이름으로 SNS에서 재현 영상이 쏟아지며 눈가에 스톤을 붙이는 트렌드가 확산했죠.
최근의 비다즐링은 이것보다 한층 과감합니다. 최근에는 수백 개의 보석으로 나비나 꽃, 별, 동물, 문자 등을 만드는 형태로 규모가 커졌는데요. 얼굴뿐 아니라 쇄골과 가슴, 등, 배, 팔과 다리까지 캔버스로 활용합니다. 화장을 넘어 피부 위에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식이죠.
유행의 중심에는 스웨덴 팝스타 자라 라슨이 있습니다. 라슨은 지난달에도 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한쪽 눈을 감싸는 대형 분홍색 라인스톤 나비를 선보여 화제를 모있는데요. 광대 위에서 이마 중앙까지 뻗은 나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소피아 시노트가 스톤을 하나씩 손으로 붙여 완성했다는 전언입니다.
이는 일회성 무대 연출에 그치지 않습니다. 라슨은 무지개색 아이섀도 위에 같은 색상의 보석을 붙이고, 등에 나비 모양 보석 장식 7개를 이어 붙이거나 몸에 표범무늬를 만드는 등 비다즐링을 자신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활용하고 있죠. 화려한 색상과 Y2K 감성을 결합한 그의 이미지가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보디 젬의 귀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다른 유명인들도 가세했습니다. 카일리 제너는 코첼라에서 엉덩이와 팔을 라인스톤으로 장식했고, SZA와 신예 팝스타 아델라, 걸그룹 캣츠아이 등도 공연과 화보에서 보디 젬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죠. 리타 오라는 크기가 다른 스톤을 눈 앞머리와 콧등 주변에 배치해 얼굴 위에 별자리를 그린 듯한 메이크업을 선보였습니다.
유명인들에 힘입어 관심도 치솟았습니다. 27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bedazzling' 검색어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대비 800% 급등했습니다. 이를 검색한 사람들이 함께 검색한 검색어 1위는 'bedazzling kit(비다즐링 키트)'가 차지, 지난해 대비 170% 상승했죠.

비다즐링의 뿌리는 1990년대 레이브 문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음악 축제와 클럽을 중심으로 얼굴과 몸에 글리터를 바르는 스타일이 확산했고, 2000년대 들어 당대 팝스타와 유명인들이 이를 무대와 레드카펫에 활용하면서 대중문화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았죠.
대표적인 인물이 머라이어 캐리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입니다. 캐리는 등에 나비 모양의 보석 장식을 붙였고, 아길레라는 2000년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배를 글리터로 꾸민 파격적인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죠. 당시에는 휴대전화와 그래픽 티셔츠, 부츠컷 청바지까지 라인스톤으로 장식하는 등 반짝이는 트렌드가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유행은 금세 다른 축으로 이동했습니다. 패션과 뷰티의 무게중심이 미니멀리즘으로 이동하면서 글리터와 보석 장식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는데요. 깨끗한 피부와 누드톤을 강조하는 '클린 걸' 메이크업, 로고와 장식을 최소화한 '조용한 럭셔리'가 인기를 끌면서 화려한 반짝임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죠.
최근 분위기는 다시 달라졌습니다. 절제된 미학이 장기간 이어진 데 대한 피로감 속에서 강렬한 색과 과장된 장식을 앞세운 맥시멀리즘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일부러 과하고 유치하게 꾸미는 키치한 스타일도 개성과 유머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트렌드 분석회사 스타일러스의 리사 페인 뷰티 부문 책임자는 마리 끌레르 UK에 Z세대에겐 복고가 강력한 뷰티 소비 동력이라며, 이를 디지털과 AI 과잉에 대한 피로와 인터넷 이전의 단순한 시대를 향한 갈망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Y2K 스타일을 새로운 놀이로 받아들이는 Z세대의 태도도 비다즐링을 뒷받침합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2000년대 팝스타와 레드카펫 사진을 손쉽게 접한 이들은 과거 스타일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더욱 과감하게 변형하고 있는데요. 작은 보석 몇 개를 눈가에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십·수백 개의 라인스톤으로 얼굴과 몸에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식입니다.
자라 라슨의 등에 붙인 나비 모양 보디 젬을 공동 제작한 디자이너 루카스 스토도 4월 얼루어 미국에 향수에 대한 관심이 세대를 연결하고 있다며 "잘파 세대는 이를 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최근의 비다즐링은 단순히 옛날 유행이 되돌아온 현상만은 아닙니다. 보디 글리터에서 시작된 Y2K식 반짝임에 SNS 시대의 과장된 볼거리와 Z세대의 맥시멀리즘이 더해진 진화에 가깝죠. 미니멀리즘에 가려졌던 반짝임이 이전보다 더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만큼 비다즐링이 일상적인 화장법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얼굴과 몸에 스톤을 하나씩 붙이는 데 상당한 시간과 기술이 필요한 데다가 출근이나 등교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활용하기에는 사뭇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비다즐링이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피드에서 어렵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보여주는 효과가 큰 트렌드이기 때문입니다. 보석을 하나씩 붙이는 과정과 완성 전후의 극적인 차이는 숏폼 영상의 소재로 활용하기 좋은데요. 조명과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반짝임도 이용자의 시선을 붙잡는 데 유리하죠.
팝스타의 무대 메이크업을 재현하는 영상 역시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수십·수백 개의 스톤으로 완성한 스타일을 일반 이용자가 직접 따라 해보거나, 보석을 붙이는 과정을 빠른 화면으로 보여주는 식인데요. 일상에서 착용하기는 부담스럽더라도 보는 콘텐츠로는 충분한 재미를 주는 셈입니다.
패션·뷰티 업계는 따라 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완성형 스티커로 낮추고 있습니다. 드라마 '유포리아'의 메이크업 총괄 도니 데이비가 설립한 '하프 매직 뷰티'는 별도의 접착제 없이 붙일 수 있는 페이스 젬을 약 14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세포라 컬렉션도 페이스 주얼 제품을 선보였고요. 페스티벌용 액세서리 브랜드 '인 유어 드림스'는 눈가에 붙이는 보석부터 가슴을 넓게 덮는 장식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췄죠.
얼굴에 직접 비즈와 보석을 붙일 자신이 없다면, 사진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봐도 좋겠습니다. 스노우(SNOW)에서도 비다즐링 트렌드를 손쉽게 즐길 수 있는데요. 비즈 포인트 필터를 활용해 셀피와 반려동물의 사진에 반짝이는 페이스 젬을 더하는 식입니다.
비다즐링의 매력은 실용성보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에 있어 보입니다. 매일 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공연과 페스티벌, 파티처럼 특별한 순간에 평소 시도하지 못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화장과 액세서리의 경계를 허문 비다즐링은 '얼마나 나답고 재미있는가'를 중시하는 새로운 뷰티 문화를 보여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