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세상이 핑글…뇌졸중 의심했더니 ‘귀 때문?’

입력 2026-08-2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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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환자 50만명 이석증…50~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 이석증 진단을 위해 안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병원)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이 이석증 진단을 위해 안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병원)

아침에 일어나려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몸을 일으키거나 고개를 돌릴 때마다 심한 어지럼증과 함께 메스꺼움까지 밀려온다.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을 떠올리지만, 원인이 의외로 ‘귀’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질환이 ‘이석증’이다.

최근 60대 A씨도 아침에 일어나는 과정에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과 신경과 진료를 받았다. 뇌혈관질환을 우려했지만, 최종 진단은 이비인후과에서 받은 이석증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이석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50만명에 달한다. 특히 50~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와 골밀도 감소, 칼슘과 비타민D 대사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온병원 이비인후과 이일우 과장은 “이석증은 귀 안쪽 이석기관에 있어야 할 칼슘 결정체인 ‘이석’이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신경을 자극하는 질환”이라며 “머리를 움직이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고개를 돌릴 때 1분 미만의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구토와 메스꺼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뇌졸중과 헷갈리지만…정확한 진단이 먼저

이석증은 증상만으로 뇌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다만 이석증으로 확인되면 치료는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떨어져 나온 이석을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정복술’을 통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문제는 재발이다.

이석증은 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치료가 끝났다고 생활관리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문헌에 따라 치료 후 재발률이 5~47%까지 보고될 정도다.

이일우 과장은 “치료 후에도 어지럼증이 남아 있다면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로 낙상할 위험이 있다”며 “아침에 일어날 때는 바로 일어서지 말고 30초 정도 천천히 앉아 몸을 추스른 뒤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머리를 감거나 샤워할 때도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거나 갑작스럽게 자세를 바꾸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D 결핍 확인하고 재발 관리해야

이석증 재발 관리에서 비타민D도 주목할 부분이다.

비타민D 결핍이 있는 경우 적절한 보충이 이석증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비타민D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담해 적절히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병원 치료 이후에도 어지럼증이나 균형감 저하가 계속될 경우에는 전정재활이나 자가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브란트-다로프(Brandt-Daroff) 운동’이 있다. 똑바로 앉은 상태에서 머리를 한쪽으로 약 45도 돌린 뒤 옆으로 눕고, 어지럼증이 가라앉으면 다시 일어나는 동작을 양쪽으로 반복하는 방식이다.

다만 모든 어지럼증 환자에게 같은 운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닌 만큼, 운동 횟수와 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진의 지도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어지럼증에 말 어눌·팔다리 마비 동반하면 즉시 병원”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어지럼증을 이석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걷기 어려울 정도의 균형장애, 심한 두통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뇌졸중 등 중추성 질환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일우 과장은 “이석증은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생겼을 때 당황하기보다 전문 의료진을 찾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지럼증 자체보다 함께 나타나는 증상을 잘 살펴야 한다”며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보행이 어려워지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갑자기 세상이 핑글핑글 돈다고 모두 뇌졸중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 ‘귀 문제’인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이석증이라면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지만, 뇌졸중이라면 몇 시간의 차이가 예후를 바꿀 수도 있다. 어지럼증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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