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 대구 이전 10년⋯지역협력 보증 비율 10% 수준 그쳐
“기관만 물리적으로 옮기면 서울 경쟁력·업무 효율 동시 저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로드맵에 금융기관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17년 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의 성적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금융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했음에도 민간 금융사와 핵심 전문인력 유치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기관의 물리적 이전만으로는 지역 금융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 등 핵심 금융 공공기관을 유치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해양·파생금융을 항만·물류 산업과 결합해 육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외형적 지표는 일부 개선됐다. 부산은 올해 3월 발표된 제39차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역대 최고 순위인 23위를 기록했다. 지역인재 채용 확대로 지역 대학 출신의 금융권 진입 기회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이 당초 목표였던 ‘자생적 금융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본사는 2024년 기준 166개 중 164개가 서울에 집중됐다. 부산에 둥지를 튼 곳은 한국씨티은행과 UIB손해보험중개 2곳에 불과하다.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역시 지난해 6월 포럼에서 “부산의 국제 금융 생태계는 퇴보 중”이라고 진단했다. 진흥원은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 모델의 벤치마킹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DIFC는 독립 감독기구와 전용 법원을 두고 법인세·소득세를 2065년까지 면제하는 파격 혜택을 제공해 7700개 등록기업과 약 900개 금융사를 끌어모았다.
부산 소재 금융공공기관 관계자는 “기관만 지방으로 내려왔을 뿐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뤄진다”며 “2차 이전은 부산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4년 대구로 본사를 옮긴 신용보증기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전 10년이 지난 2024년 기준 신보의 대구 지역협력사업 보증 비율은 약 10%, 주력사업 보증 비율은 7% 수준에 그쳤다. 본사 소재지를 바꿨다고 해서 지역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공급이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은 셈이다.
산업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보고서 역시 단순한 공공부문 인력 재배치만으로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민간기업과 고급 인력의 집적, 지역산업 육성, 정주·교통 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장기적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엇보다 주요 금융회사와 정책 당국이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대외 협력 때마다 서울을 오가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지방 근무를 꺼리는 신규 인재를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은 정부, 금융회사, 기업, 투자자, 전문인력이 가까이 모여있을수록 정보교류와 의사결정이 빨리지는 산업”이라며 “기관만 물리적으로 이전하고 민간 금융사와 인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서울의 금융 경쟁력과 이전 기관의 업무 효율성이 모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