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기소 뒤 기업 현금보유비율 5.4%p↑…“투자 위축 우려”

입력 2026-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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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 기소 공시 기업 119곳 분석…배임·횡령 무죄율도 전체 형사사건의 2배

▲한경협 표지석 (사진제공=한경협)
▲한경협 표지석 (사진제공=한경협)

배임 혐의로 기소된 기업이 이후 현금 보유를 늘리는 등 재무정책을 보수적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임죄 적용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이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을 높여 투자와 혁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배임죄 적용이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가 2016~2026년 배임 기소 사실을 공시한 상장사 119곳을 분석한 결과 배임 기소 공시가 발생한 분기부터 이후 7분기 동안 기업의 현금보유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 분기의 현금보유비율은 직전 분기보다 1.7%포인트(p) 상승했고 이후 증가 폭이 점차 확대돼 7분기 이후에는 5.4%p까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분석 대상 기업의 평균 현금보유비율인 12.0%의 약 45%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배임 관련 사건의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금이 대표적인 저위험 자산이라는 점에서 기소 이후 현금보유 확대를 기업의 위험회피 성향 강화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현금보유 정책은 투자계획과 자금운용 제약, 조정비용 등으로 단기간에 급변하기 어렵지만 배임 기소 이후 현금 비중이 중장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재무정책 자체가 보수적·위험회피적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배임 기소 공시 이전 8분기부터 2분기 전까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현금보유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기소 이후 나타난 현금보유 증가가 기존 추세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사건 이후 발생한 변화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배임죄의 모호한 구성요건과 높은 무죄율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5~2024년 배임·횡령죄의 1심 평균 무죄율은 6.2%로 형법 전체 범죄 평균인 3.0%의 2배를 웃돌았다.

처벌 수위도 주요국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배임죄 규정을 두지 않고 관련 범죄를 사기·횡령죄나 민사적 책임으로 다루고 있다. 독일과 일본도 경영판단원칙을 폭넓게 적용해 고의성이 없는 경영진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죄 외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을 적용한다. 배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보고서는 현행 배임죄 관련 규제가 경영진의 고의적인 사익 편취를 제재한다는 본래 취지를 넘어 위험 감수를 수반하는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배임 기소가 최종 유·무죄 판단과 무관하게 기업의 혁신과 투자활동을 위축시킬 소지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경영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임죄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고 경영판단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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