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업은 설비·기술·숙련인력 축적 중요…전략광물 공급망 강조
“현 경영진 무조건 보호 의미 아냐”…국민연금 장기투자 역할 제안

9월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단순한 주주 간 지분 경쟁이 아니라 장기 산업투자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을 지낸 류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와 칼럼을 통해 단기 재무논리가 국가기간산업의 투자 결정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순현재가치(NPV)와 내부수익률(IRR), 투자회수기간 등 전통적인 투자평가 기준만으로 신사업을 평가할 경우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기술·설비 투자보다 단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우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이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도 적용했다. 그는 “금융의 시계와 산업의 시계는 다르다”는 취지로, 사모펀드의 부채 활용이나 자산 매각, 배당, 재매각 자체는 통상적인 금융기법이지만 대규모 장치산업에서는 설비 보전과 증설, 환경·안전 투자, 인력과 기술 축적이 단기 현금흐름보다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미국 제조업 쇠퇴 과정에 대한 연구도 근거로 들었다. 단기 수익성과 주주환원을 중시하는 경영이 장기적인 생산·혁신 역량을 약화할 수 있다는 해외 학계의 분석을 소개했다. 다만 주주환원 이후에도 기업이 다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류 대표는 특히 제련업의 특성을 강조했다. 제련소 경쟁력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설비 가치보다 안정적인 조업 경험과 공정기술, 숙련인력, 원료 조달망과 판매망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만큼 한번 훼손된 산업 생태계를 단기간에 복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안티모니 등 전략광물의 공급망 중요성도 거론했다.
그렇다고 현 경영진의 지배권을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류 대표는 “경영진의 책임성과 산업기반의 지속가능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다”라며 오너 경영에 대한 견제와 장기 투자능력 유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략산업의 지배권 변동을 경제안보 측면에서 검토하는 제도 도입도 제안했다. 국가핵심기술과 전략광물, 핵심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의 지배권이 일정 수준 이상 이동할 경우 별도의 경제안보 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가장 긴 시계를 가진 자본”이라며 경영진과 인수자 모두에게 장기 산업 경쟁력이라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