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지는데 ‘좀비 ETF’도 늘어…450조 시장의 그늘

입력 2026-08-2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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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폐지 21종…사유 발생은 23종
상폐 위기도 43종…상품 난립에 양극화 심화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450조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퇴출 위기에 놓인 이른바 ‘좀비 ETF’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운용사 간 신상품 출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자금은 일부 대형·인기 상품으로 쏠리면서 ETF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이날까지 실제 상장폐지된 ETF는 21종으로 집계됐다. 운용사가 ‘ETF 상장폐지 사유 발생’을 공시한 상품은 중복 공시를 제외하면 23종이다. 상폐 사유가 발생한 23종 가운데 21종은 실제 상폐로 이어졌다. 나머지 2종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글로벌AI인프라’와 DB자산운용의 ‘마이티 26-09 특수채(AAA)액티브’로 곧 상폐를 앞뒀다.

ETF 상폐는 최근 수년간 크게 늘었다. 연간 상폐 ETF는 2022년 6종에서 2023년 14종으로 증가한 뒤 2024년에는 51종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도 50종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채권이나 펀드 만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폐지 사유는 몸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상장 후 1년이 지난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50억원에 미달하거나 최근 6개월간 일평균 거래대금이 500만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다.

앞으로 상폐 대상이 될 수 있는 소규모 ETF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기준 순자산이 100억원 미만인 ETF는 167종으로 전체 상장 ETF 1162종의 14.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상폐 요건에 해당할 수 있는 순자산 50억원 미만 ETF만 43종이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운용사들의 상품 출시 경쟁이 과열된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연초 이후 새로 상장된 ETF만 124종에 달한다. 비슷한 지수나 테마를 추종하는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거나 초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은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나는 구조다.

특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투자 전략을 내세우는 ETF가 늘수록 자금은 이미 규모와 거래량을 확보한 상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상품 수를 늘리지만 정작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ETF는 소규모 상태로 장기간 남았다가 결국 정리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ETF를 선택할 때 단순히 최근 수익률이나 투자 테마만 볼 것이 아니라 순자산 규모와 거래대금 등 유동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면 운용 규모와 거래량, 총보수 등을 비교해 장기간 상품을 유지할 경쟁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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