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K-컬처 미래 ‘그린 이벤트’에 있다

입력 2026-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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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공연 뒤에 가린 탄소발자국
英佛, 문화예술계 기후대응 선도해
환경과의 공존 향한 변화 서둘러야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뜻하는 ‘K팝’과 ‘K스포츠’는 이제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의 심장을 뛰게 하는 독보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9년 만에 완전체로 복귀한 빅뱅의 월드투어, BTS의 초대형 월드투어 ‘ARIRANG’, 그리고 트와이스,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등 세대를 대표하는 그룹들의 글로벌 투어는 K컬처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전 세계 팬들이 대규모 공연장과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터뜨리는 함성은 한국 문화의 역량을 증명한다. 그러나 우리가 열광하는 화려한 조명과 축제의 열기 뒤에는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한 탄소 발자국이 숨겨져 있다.

초대형 월드투어와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치러질 때마다 발생하는 엄청난 전력 소비, 수만 명의 이동으로 인한 항공 및 교통 배출량,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무거운 청구서다. 특히 K팝 콘서트 시장이 북미,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역대급 규모로 확장될수록, 이에 따른 환경적 책임은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제 K컬처가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전 세계의 존경을 받기 위해서는 탄소 감축을 핵심 가치로 삼는 ‘그린 이벤트’로의 전면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대규모 글로벌 투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꽃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업계는 무대 에너지 사용량, 관객 및 장비 이동, 폐기물 발생 등 전 과정에 걸친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고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영국 잉글랜드 예술위원회(ACE)는 2012년부터 지원을 받는 주요 예술 기관들이 환경 영향을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기후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파리시는 공연장 건물과 관객 이동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35년까지 넷제로로 만드는 저탄소 공연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친환경 공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4대 핵심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에너지 전환과 기후테크 도입이다. 공연장의 무대 조명, 음향 장비, 초대형 전광판에 사용되는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나아가 관객의 움직임을 전기로 바꾸는 ‘키네틱 플로어(Kinetic Floor)’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둘째, 이동수단의 탄소 발자국 감축이다. 아티스트와 스태프의 해외 이동 시 항공 경로를 최적화하고, 관객에게는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셔틀버스를 운행해 교통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셋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향한 폐기물 감축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과 음료 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공식 굿즈의 포장재를 생분해성 소재로 고려해 볼 수 있다. 공연장 내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과 철저한 분리배출 스테이션 구축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식음료(F&B) 영역의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연장 내 모든 점포에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고, 탄소 배출이 적은 식물성 메뉴를 개발해 제공함으로써 먹거리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와 같은 활동으로 인해서 감축되는 조각탄소들을 모으고 활용하는 방안들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글로벌 밴드 콜드플레이는 월드투어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00% 퇴비화 가능한 발광다이오드(LED) 팔찌 재사용, 생분해성 색종이, 대나무와 재활용 강철을 활용한 무대 구조물 등 혁신적 사례를 선보이며 친환경 콘서트의 표준을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체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공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업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접근성 향상, 팬 참여, 환경오염 저감 등 7대 원칙을 통해 공연의 전 과정(에너지·이동·폐기물)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사회적 책임의 통합 관리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K팝 팬들 역시 공연 탄소 배출량 공개와 실질적인 감축을 요구하며 건강한 탄소 감축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스포츠 산업 역시 기후위기 대응의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스포츠계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에 동참하며 지속가능한 탄소 감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국내외 프로스포츠 현장에서도 친환경 경기장 조성과 운영을 통한 탄소 발자국 감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친환경 경기장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통한 재생에너지 자체 생산, 고효율 LED 조명 교체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경기 당일 수만 명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다회용기 대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한편, 구단 굿즈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해 공급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통수단 전환을 통한 친환경 관람 문화의 정착이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 관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경기장 밖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 최근 프로스포츠 구단들이 환경 지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러한 책임감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구단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K팝과 K스포츠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 세계적 파급력과 팬덤의 강한 연대다. 그러나 탄소 감축과 지속 가능성은 정부나 기업의 제도적 규제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아티스트와 구단이 친환경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인프라를 혁신하는 동시에, 팬과 관객이 대중교통 이용, 다회용기 사용, 플라스틱 사용 자제 등의 개인적 실천으로 호응할 때 진정한 ‘그린 이벤트’가 완성된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과 스포츠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 이제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산업은 저탄소 표준을 선도하는 ‘기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팬덤의 진심 어린 지지를 얻는 지혜이기도 하다.

이제는 무대 위 조명이 꺼지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푸른 지구의 생명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고민할 때다. ‘탄소를 모르면 미래를 잃는다’는 경고처럼, K컬처의 미래는 환경과의 공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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