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통한 파트너로 상호 존중할 때
경영시너지 발생⋯기업성장 이끌어

대한민국 광복 이후 경제개발의 격동기 속에서 수많은 기업집단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한때 대기업 반열에 올라 한강의 기적을 함께 일구던 거대 그룹들이 왜 어떤 곳은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어떤 곳은 글로벌 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 남았을까?
흔히 실패의 원인을 창업자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자금력 차이에서 찾곤 한다. 그러나 사라진 기업의 창업자들 역시 시대를 풍미한 천재적 사업가이자 불굴의 거목들이었다. 차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인이 얼마나 절묘한 협업을 이루어냈는가 하는 점이다.
오너경영자가 칭기즈칸처럼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앞장서 끌고 간 기업은 결국 오너 한 사람의 역량이 기업의 한계가 되고 말았다. 반면 최고의 전문경영인을 발탁하여 자율성을 부여하고 정교한 컬래버레이션(X)을 이룬 기업들은 비바람과 폭풍우 속에서도 번성했다. 서로의 역량을 곱해 폭발적 시너지를 내는 ‘X경영’의 승리였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과 현대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관계 설정 방식에서 매우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준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약점을 철저히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인물을 찾아 중책을 맡기는 ‘상보성(Complementarity)의 원리’를 활용했다. 이 회장이 틀을 짜면 전문경영진이 시스템으로 이를 받쳤다.
이건희 회장과 권오현 부회장의 관계 역시 명품 컬래버였다.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반도체 투자 비전과 권오현 부회장의 치밀한 기술 경영이 결합하여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권 부회장의 말은 전문경영인의 본질을 일깨워준다. “전문경영인은 오너 회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조직을 위한 최선책을 준비하고 결심받아 적기에 실행하는 사람이다.”
반면 현대 정주영 회장은 자신을 닮은 저돌적이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인물들을 사장에 앉히고 함께 현장을 누비는 ‘유사성(Similarity) 원리’를 극대화했다. 상보적이든 동질적이든, 핵심은 오너의 비전과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전문경영인의 진짜 가치는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오너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오너의 폭주를 제어할 ‘그릇’과 ‘배짱’에서 나온다. 삼천리그룹의 사례에서도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만득 회장은 통이 크고 과감하며 성격이 급한 편이다. 이찬의 부회장은 통계학 전공의 꼼꼼한 원칙주의자다. 이찬의 부회장은 1991년 임원이 된 이후 이만득 회장과 35년째 호흡을 맞춘 대한민국 최장수 전문경영인이다. 이 부회장은 외식사업 진출 직후 오너 회장이 가지고 있던 이 회사 법인카드를 회수한 적도 있다. 수익이 날 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이 회장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니 이 부회장은 자기가 오너인 줄 알아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만큼 호흡이 잘 맞고 신뢰하는 사이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인의 성공적 컬래버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학벌이나 스펙보다 인성과 그릇에 기반한 절대적 신뢰다. 둘째, 기업 상황에 맞춘 상보적·동질적 전략의 선택이다. 셋째, 정서적 호감과 서로 다름에 대한 인정이다. 넷째, 서로를 대등한 인격적 파트너로 존중해야 한다.
오너경영자와 전문경영인의 관계는 부부의 연과 닮았다.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배려하고 참아야 하듯,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오너가 모든 권한을 쥘 수 있다는 생각은 치명적 오류다. 오너의 궁극적 성공도 결국 어떤 전문경영인을 만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불확실밖에 없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초격변의 시대,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영웅은 없다. 오너의 결단에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을 곱하는 ‘X경영’이야말로 영속하는 기업의 가장 확실한 핵심성공요인(KSF)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