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매미소리 ‘주파수’엔 화음이 있다

입력 2026-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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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 대세라 배터리로 작동하는 예초기를 2년 전에 장만했다. 얌전하게 작동하던 이놈이 한 달 전부터 떨기 시작했다. 손목으로 덜덜거리는 소리를 느껴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구분하라는 마지막 선물인 듯하다. 2002년 대~한~민국의 월드컵 박자도 못 맞출 정도이니 소리만으로는 화음을 배울 수가 없었다.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며 주파수로 표현된다. 눈에 안 보이지만 음파는 바다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온다. 일상 대화의 주파수는 들쑥날쑥하고 피아노 건반의 주파수는 매끈하다. 건반 중앙에 박힌 라(A)는 440Hz 주파수를 낸다. 화음은 두 개의 건반이 동시에 울리는 현상이니 수천 개 조합이 있다. 협화음은 상쾌함을 주고 불협화음은 불쾌함을 준다. 대체로 사람들은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잘 구분한다.

기원전 500년경 피타고라스는 주파수 비가 1:2, 2:3, 3:4처럼 단순하면 협화음이고 7:8처럼 복잡하면 불협화음임을 알아냈다. 비율이 단순할수록 시작음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이 짧으니, 협화음은 리듬과 박자에 유리하다. 이 이론은 맥놀이 현상을 불협화음으로 분류하는 한계가 있다. 맥놀이는 두 음 차이만큼 웅웅거리는 현상이다. 가령 두 개의 음 439Hz와 440Hz는 1Hz 맥놀이가 일어난다. 비율 439:440은 복잡하므로 불협화음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협화음이라고 한다.

20세기 귀의 구조와 기능이 규명되자 화음에 대한 설명도 심화되었다. 그래도 더 들어가기 전 하나는 명심하자. 협화음이나 불협화음은 인간의 판단이 개입된 어휘이지만 주파수는 소리의 본질적 특성이다. 맥놀이(Beat)는 주파수 차이가 10Hz 이하에서 발생하고 거친음(Roughness)은 10~100Hz에서 발생하는데 이것도 소리의 본질이다. 즉 청각과 무관한 현상이다. 이를 망각하면 귀가 있어 소리가 생긴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한다.

귀는 음파를 잡는 마이크 이상이다. 가청 주파수 20~2만Hz를 처리하려면 청각 신경은 2만Hz의 두 배 빠른 속도로 신호를 추출해야 한다. 마이크 같은 전자장비는 가능하나 생체 세포는 불가능하다. 신체는 이를 타개하려 주파수 별로 반응하는 수천 개 세포를 할당했다. 달팽이관 어귀의 청각세포는 2만Hz에 반응하고, 막장의 청각세포는 20Hz에 반응한다. 달팽이관 따라 정렬된 세포는 해당 주파수가 들어 오면 뇌로 신호를 보낸다.

청각세포는 주파수 비율보다는 절대적 주파수를 잰다. 두 주파수가 떨어져 있으면 청각세포는 두 신호를 뇌로 각각 보내고, 뇌는 협화음으로 인식한다. 두 개 주파수가 가까워 맥놀이와 거친음이 발생하면 청각세포도 이 변조신호를 추종하고 뇌는 불협화음으로 인식한다. 현대의 불협화음은 주파수 비율보다 주파수 차이로 해석한다.

시간에 따라 밀려오는 음파는 달팽이관을 지나면 주파수, 즉 악보로 바뀐다. 음파와 악보는 동일 정보를 담고 있어 상호 교환되지만, 장단점은 있다. 악보는 기록에 유리하나 해석이 어려워 전문 연주자의 도움을 받는다. 귀와 뇌는 음악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도 악보로 이해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악보로 전환되었지만, 오늘부터 의식적으로 주파수를 듣도록 훈련하여 보자. 매미의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웃음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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