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약물 재설계하는 분자 편집기술 개발..."신약 후보물질 성공 가능성 높일 것"

입력 2026-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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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약품 등에 흔히 쓰이는 피리딘(Pyridine) 화합물을 손쉽게 바꿔 쓸 수 있는 합성법이 개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홍승우 단장 직무대행(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원하는 위치에 새로운 질소를 넣고 기존 질소는 제거하는 방식의 ‘질소 원자 전위(N-atom transposition)’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다.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에 18일 0시(KST) 게재됐다.

피리딘은 탄소(C) 원자 5개와 질소(N) 원자 1개로 구성된 육각형 고리 구조로 의약품 등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본 골격으로 널리 쓰인다. 같은 구성의 치환기가 붙어 있더라도 질소와 치환기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용해, 흡수, 결합과 약효 등이 크게 달라진다. 치환기는 분자의 기본 골격에 붙어 분자의 화학적·물리적 성질 등에 영향을 주는 원자 또는 원자단을 말한다.

특히 기존에는 피리딘 고리에 붙은 치환기가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고정된 요소로 여겨졌다. 이에 원하는 배치의 이성질체를 얻으려면 각각에 맞는 출발 물질과 합성 경로를 설계해 처음부터 따로 만들어야 했다. 완성된 분자에서 치환기만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시도됐지만, 치환기의 종류에 따라 반응 조건이 달라져 복잡한 분자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기준점인 질소의 자리를 바꾸는 역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치환기는 그대로 두고 질소의 위치를 바꿔, 질소 기준으로 여러 치환기의 위치 관계를 한꺼번에 변화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치환기가 하나인 단순 구조부터 두 개 이상의 복잡한 구조, 화학적 성질이 각기 다른 여러 치환기를 가진 구조까지 질소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반응 조건을 최적화했을 때 이성질체 합성 수율은 88%에 달하고, 반응물의 양을 10밀리몰(mmol)로 크게 증량한 실험에서도 74%의 높은 수율을 유지해 대량 생산 및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실제 시판 중인 항암제(비스모데깁,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소염진통제(에토리콕시브)에 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약물의 복잡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질소 위치만 다른 새로운 약물 후보 분자들을 합성해 냈다. 또 같은 출발 물질이라도 사용하는 용매에 따라 형성되는 위치 이성질체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위치 이성질체는 구성 원자와 치환기는 같지만 특정 원자나 치환기의 위치가 서로 다른 화합물을 말한다.

홍승우 IBS 단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골격 안의 원자 위치 자체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연구”라며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연구는 창의성이 새로운 연구 혁신의 길을 열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성과”라며 “연구자들이 기존 틀을 넘어 새로운 개념 창출과 미지의 영역 개척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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