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도입되면서 시작되었다. 하나의 영화관에서 여러 영화를 상영함으로써 관객 취향에 따른 선택을 확대하였고, 동시간에 여러 영화를 상영해 관객 회전율을 높였다. 여기에 외식과 쇼핑 등을 도입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문화 중심지가 되었다. 영화산업이 발전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영화관 브랜드 3사는 경쟁적으로 전국에 영화관을 늘렸다. 2019년 영화관 수는 500여 개, 스크린 수는 3000여 개로 일본 3500여 개의 85% 수준까지 늘어났다.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넒은 국토에 2배에 가까운 인구를 보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영화관은 이미 포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원히 적수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영화관 업계에 2010년 후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강적이 등장했다. 한 달에 영화티켓 1장보다 저렴한 9500원만 내면 30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OTT 플랫폼의 세계적인 유행은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브랜드를 등장시키고,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해외 서비스의 국내 진출로 본격적인 경쟁으로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화관을 갈 수 없었던 관람객들은 집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OTT 플랫폼을 구독해 영화 소비 갈증을 해결하였다.
위기를 맞은 영화관은 관람객 회복 전략이 아닌 티켓과 팝콘 가격을 올리는 내실 전략을 선택하며 영화 관객을 더 떠나게 만들었다. 결국 악수 끝에 경쟁력을 잃은 영화관은 엔데믹 이후에도 기존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했다.
작년 국내 영화관 매출액은 1조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4%나 감소하였고, 관람객은 1억 명까지 떨어지면서 팬데믹 이전 대비 반토막이 되었다. 3대 멀티플렉스 중 하나였던 메가박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뉴스는 영화관 산업의 오늘을 보여준다.
최근 움츠렸던 영화관 산업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6년 상반기 영화관 매출액이 3700억 원으로 2021년 코로나19 시작부터 지금까지 최고 매출을 올렸다. 올해 영화관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왔고 살목지, 군체, 호프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흥행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한 문화 소비 쿠폰 또한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OTT와 유튜브에 밀린 국내 영화관이 대반전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필자는 올해 상반기 호실적은 몇몇 영화 흥행에 따른 효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영화관 산업의 변화 없이는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업계는 올 상반기 실적에 고무되어, 현 상황을 오판하기보다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스타일 트렌드를 새겨 봐야 한다. 오프라인 영화관이 살아남기 위해선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하는 고객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우선 영화관 산업의 근본인 영화 콘텐츠 품질을 높여야 한다. 가정 내 영상기기 수준이 높아지면서 일반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화면이 크다는 것 이외 큰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 일반 영화관을 4K, IMAX, 돌비 시네마 급으로 업그레이드해 관객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다음으로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 호프가 개봉하고 주연 배우들이 서울과 수도권 영화관을 오랫동안 다니며 무대인사를 하였다. 호프가 초반에 혹평으로 논란이 됐지만, 호평으로 반전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배우들의 적극적인 무대인사 마케팅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제 관객은 영화만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기보다는 복합쇼핑몰과 문화 상권을 찾았다가 같이 이용하길 원한다. 영화관은 쇼핑, 문화공간의 구성요소가 된 것이다. 현재 국내 영화관 수는 과잉이며, 공간 활용이 어려운 소규모 영화관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영화관은 영화와 문화산업을 이끄는 핵심기반 시설로 경제적, 문화적으로 파급력이 큰 산업인프라로 볼 수 있다. 플랫폼 산업의 발전과 콘텐츠 소비 변화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위기는 찾아왔다. 영화관 업계는 올해 상반기 반짝 살아난 관객 수에 매료되지 않고,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인식해 극장을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산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