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데이터는 1급 영업비밀…자발적 개방 유도할 정교한 인센티브 시급
하반기 'M.AX법' 입법 지연 시 데이터 라이브러리 및 AI 전환 일정 차질 우려

정부가 반도체 수출 호조 이면에 가려진 제조업 고용 악화와 산업 간 'K-자형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주력 산업의 체질을 AI로 전면 개조한다. 현장 숙련공의 노하우(암묵지)를 데이터로 추출하고, 궁극적으로는 AI가 전 공정을 자율 통제하는 '풀스택(Full-stack) 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같은 청사진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 영업비밀 보호 장치 마련과 'M.AX(제조 AI 대전환)법'의 국회 적기 통과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올해 하반기 핵심 업무추진 방향으로 M.AX를 내세웠다.
이 정책의 핵심은 단연 제조 현장 숙련 인력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하는 데 있다. 당장 2026년부터 용접, 조립 등 현장 장인들의 감각과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추출하고, 2027년부터 이를 안전하게 보관·활용하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Data Library)'를 구축한다.
단순한 공정 자동화 수준을 넘어서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100개의 제조 공정을 'AI 팩토리'로 전환하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AI 로봇이 스스로 공정을 판단하고 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이미 상반기 전국 170개 사업장에 적용된 AI 팩토리 실증 사업을 통해 생산성 30% 향상, 불량률 15% 감소, 비용 20% 절감 등의 가시적 성과가 입증됐다. 반도체 품질 검사 시간을 90% 줄이고 이차전지 품질 예측 정확도를 87%까지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30년까지 권역별 거점 산단 7곳을 'M.AX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5G 특화망과 엣지 AI 데이터센터(AIDC) 인프라도 확충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청사진이 실제 산업 현장의 혁신으로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정책의 뼈대가 되는 '데이터' 확보와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공정 데이터는 기업의 1급 영업비밀인 만큼 철저한 보안과 이익 공유 모델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핵심 데이터를 선뜻 내놓지 않는다"며 "대기업의 선도적 개방이 협력사의 활용으로 이어져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데이터 개방과 정책 지원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M.AX법(산업디지털전환법 개정안)' 입법화를 추진한다. 개정안에는 제조 AX 확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 데이터의 수집·관리 체계를 법적으로 확립하고, 금융 지원 등 기업 대상의 종합적인 지원 근거를 명시하는 내용이 담긴다.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본격화할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및 AI 팩토리 전환 일정이 도미노처럼 밀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제조 현장 경험과 AI 지식을 동시에 갖춘 실무 인재를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느냐도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