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영어가 그렇게 잘못됐나요? [해시태그]

입력 2026-08-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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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아이브 장원영 (출처=뉴시스, 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그룹 아이브 장원영 (출처=뉴시스, 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완.벽.

다가갈 수 없지만 다가가야만 ‘입’을 뗄 수 있는 마의 언어. 몇 개의 단어로도 충분히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음에도 ‘완벽한 문장’이 아니면 말하기 망설여지는데요. 이 ‘부끄러움’은 나와 타인 모두에게 해당하죠. 현지에서 나고 자란 원어민이 아닌 이상 ‘약간의 어색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임에도 말입니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입시(?)를 치르며 합격을 점친다는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죠. 영유(영어유치원)를 나와 배움을 거쳐 ‘나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고 하더라도 송곳 같은 채점 관문을 피할 수 없는데요. 특히 장원영 같은 ‘스타’라면 말이죠.


▲그룹 아이브 (출처=유튜브 채널 '잭 생 쇼(Zach Sang Show)' 캡처)
▲그룹 아이브 (출처=유튜브 채널 '잭 생 쇼(Zach Sang Show)' 캡처)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식료품점에서 스무디를 사 먹은 이야기를 하다가 수많은 영어 선생님의 질책을 받고 있는데요. 기나긴 인터뷰 중 단 두 단어 때문이었습니다.

논란이 된 장면은 5월 14일 공개된 미국 음악 인터뷰 채널 ‘잭 생 쇼(Zach Sang Show)’의 아이브 인터뷰인데요. 진행자가 미국 유기농 마켓 체인 에레혼에 관해 이야기하자 장원영은 인터뷰 장소 건너편의 해당 매장에서 인기 음료인 스무디를 마셨다고 답했죠.

“Of course. Right before this show, I went to Erewhon and had some smoothie right now.”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연하죠. 이 인터뷰 직전에 에레혼에 가서 스무디를 마셨어요”라는 이야기인데요. 진행자도 되묻거나 뜻을 확인하지 않았고, 대화는 아이브 매니저가 에레혼 쇼핑백을 자주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던 셈인데요.

다만 문장만 놓고 보면 ‘right now’가 아주 약간 어색한 것은 맞습니다. ‘right now’는 ‘현재 이 순간’ 또는 ‘즉시, ’지금 바로‘’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요. 원어민들이 주로 제시한 올바른 표현은 ‘right away’였죠. 이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라는 뜻으로, 에레혼에 가서 바로 스무디를 마셨다는 의미가 됩니다. ‘조금 전’을 강조하려면 ‘just now’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앞에서 이미 ‘인터뷰 직전’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문장 끝의 ‘right now’를 빼고 말하는 것이 가장 간결하죠.

그렇다고 원래 문장이 해석되지 않을 만큼의 큰 오류는 절대 아닙니다. 시점을 나타내는 부사가 어긋난 비원어민의 즉석 발화 정도인데요. 문법 시험이라면 고칠 부분이 있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이미 목적을 달성한 문장이었던 겁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잭 생 쇼(Zach Sang Show)'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잭 생 쇼(Zach Sang Show)' 캡처)


이 장면은 지난달부터 영어 학습용 숏폼과 게시물의 소재가 됐는데요. 올바른 표현을 알려주는 설명이 이어졌죠. 문제는 이후였습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장원영이 영어 실수를 했다”는 데서 더 나아가 “사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 잘하지도 못하면서 능숙한 척을 한다”는 식의 평가가 붙었습니다. 반대로 영어권 이용자들은 비원어민의 실수 하나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며 반박에 나섰죠.

표현이 왜 어색한지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교정입니다. 그러나 한 번의 말실수로 실력 전체를 단정하거나 “잘하는 척했다”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장원영이 영어를 전혀 못 하는데 유창한 척해온 것도 아닙니다. 그는 2024년 5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 출연해 해외 거주 경험은 없지만 가족과 미국을 자주 방문했고 영어유치원을 다녔다고 밝혔는데요. 4월에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홍보를 위해 내한한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를 영어로 인터뷰 진행한 바 있죠. 앤 해서웨이는 영어로 인터뷰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전에 영어를 잘했다고 이번 표현까지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이번에 부사 하나를 잘못 사용했다고 그동안의 영어가 모두 ‘가짜’가 되는 것도 아니죠.

이 논란이 크게 번진 데에는 발언의 주인공이 장원영이라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장원영은 2022년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큰 딸기를 두 손으로 먹었다가 “귀여운 척한다”, “가식적이다”라는 비난을 받았는데요. 이를 과장해 따라 한 유튜버는 조롱 논란이 불거지자 그해 4월 사과했죠.

올해 5월 김포공항에서는 신원 확인 과정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충분히 내리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여권을 한 손으로 받았다는 영상이 퍼지면서 태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무례하고 연예인 특혜를 누렸다는 비판과 짧은 장면만으로 당시 상황과 태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맞섰는데요. 이후 장원영이 얼굴을 모두 드러낸 채 공항에 나타나자 이 모습까지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그룹 아이브 장원영 (뉴시스)
▲그룹 아이브 장원영 (뉴시스)


“빠와 까를 열광하게 하는 스타” 이처럼 장원영은 사소한 행동이나 말실수도 태도와 인성의 문제로 확대돼 온 인물인데요. 무슨 행동을 하든 큰 관심과 엇갈린 평가가 뒤따릅니다. 이번 영어 논란이 유난히 크게 소비된 배경이죠.

지난달 공개된 아레나 옴므 플러스 인터뷰에서 장원영은 대중의 관심이 “마냥 좋은 것만도, 마냥 싫은 것만도 아니다”라며 불편한 부분까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장원영의 영어가 빠르게 ‘채점’된 배경에는 영어를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인식도 있는데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5년 3월 6~10일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88.5%는 영어를 잘하면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고 답했습니다. 영어를 잘하면 능력 있어 보인다는 응답은 69.4%, 똑똑해 보인다는 응답은 62.7%였는데요. 반면 49.1%는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 울렁증’을 겪고, 40.3%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인 앞에서 영어를 말할 때 평가를 더 의식한다는 연구도 있는데요. 2020년 한국외대 대학원 학위논문에서 한국인 학생 77명을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영어 말하기 빈도에 미치는 영향이 외국인보다 한국인 앞에서 더 뚜렷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상대의 영어 실력이 더 높다고 생각하거나 서로 잘 모르는 사이일 때 위축되는 경향도 나타났죠.

서울 소재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86명과 한국인 학생 100명을 조사한 2021년 학술지 연구(‘중국인과 한국인 대학생의 영어 말하기 불안감 비교’) 결과, 한국인 학생들은 다른 학생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실수할까 걱정하는 ‘동료 관련 불안’이 가장 컸는데요. 영어 말하기가 불안한 이유를 묻는 말에서도 48명이 ‘자신감 부족’을 꼽았습니다.

외국인이 “어제 친구 만나서 밥 먹어요”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죠. 조사도 빠지고 시제도 맞지 않지만, ‘어제 친구를 만나 밥을 먹었다’는 뜻은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문법부터 따지기보다 문맥을 통해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죠.

장원영의 영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인 진행자는 ‘right now’라는 표현이 어색하다고 대화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에레혼에서 스무디를 마셨다는 뜻을 알아듣고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이어갔는데요. 그러나 이 영어가 한국에 돌아오자 전달된 의미보다 표현의 오류가 더 크게 두드러졌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MMTG 문명특급' 캡처)


지난달 30일 공개된 ‘문명특급’의 영화 ‘오디세이’ 인터뷰에서는 이와 대비되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앤 해서웨이와 톰 홀랜드를 만나기 전 현지 관계자가 재재에게 “Slate your name and outlet”이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름과 소속 매체를 밝혀 달라는 뜻이었지만, ‘outlet’을 알아듣지 못한 재재는 곧바로 되물었죠.

“What is an outlet? I’m Korean. Sorry.”

조금 어색한 표현이나 단어 이해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 왜냐하면, 한국인이기 때문이죠. 그 ‘어색함’이 진솔한 인터뷰를 끌어내는 것에는 조금의 제약이 되지 않았습니다.

표현을 바로잡는 것과 표현 하나로 한 사람의 영어 실력 전체를 판단하는 일은 다른 일인데요. 외국인의 서툰 한국어에는 문맥을 살펴 뜻부터 이해하면서, 한국인의 영어에는 오류부터 찾는다면 영어는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끊임없이 점수를 매기는 시험이 되죠. 이번 논란도 ‘right now’라는 두 단어보다, 그 표현만으로 장원영의 영어 전체를 채점하려 한 시선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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