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논단] 노동委 조정절차, 재설계 필요하다

입력 2026-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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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자동화…교섭의제 변하는데
조정중지 때 이의절차는 따로 없어
재심신청 등 피해구제 방안 시급해

노동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전례 없이 격변하고 있다. 영업이익에 비례한 성과급 지급, 생산 과정의 자동화, 대규모 공장 설립 등 노동쟁의의 대상인지 자체가 불분명한 사안들이 등장하고 있다. 원·하청 노사 간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을 수 있는 교섭의제는 무엇인지 역시 확실하지 않다. 교섭 결렬 국면을 조율하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는 당사자의 불복 권한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지 않다. 특히, 노동위원회는 여전히 조정중지 결정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은 사용자의 권리·의무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처분으로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조정중지 결정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일단 조정 절차의 의미와 단계를 살펴보자.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특정 의제에 대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사용자의 여건상 노동조합의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의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내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요구안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게 된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는 조정 절차를 거쳐야만 절차적으로 적법하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는 조정 신청을 접수한 후, 당사자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여러 방식을 모색한다. 노동위원회는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고 보아 조정을 개시하지 않을 수도 있고, 교섭이 충분하지 않다는 등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행정지도 결정을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노동위원회는 노사 주장의 현격한 차이 등으로 조정안을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조정안 제시 없이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거나, 당사자들이 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아 조정 절차가 종료될 수도 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견해가 통일되어 있는지는 논란이 있으나, 실무상 조정중지 결정 등으로 조정 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개시한 쟁의행위라야 절차적으로 적법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에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은 노동조합이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개시할 수 있다는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로서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지 않은 하청 노동조합이 조정을 신청하거나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의 목적으로 삼을 수 없는 의제에 대하여 조정을 신청하였음에도 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를 결정한다면, 그와 같은 결정의 타당성에 대하여 법원 판단을 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쟁의행위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는 현재까지 조정은 서비스적인 성격에 불과하여, 이에 대한 이의절차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정중지 결정의 여파를 고려할 때, 노동관계 당사자가 해당 결정에 대하여 다투지 못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사후적으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이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뿐 아니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손해의 입증 역시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대법원은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청의 행위는 처분으로 보아, 항고소송의 방식으로 다툴 수 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결국 문제는 권한과 통제의 불균형이다. 유사한 노동쟁의 조정(調整) 제도에 속한 중재의 경우, 중재재정이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면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그 재심판정에 대하여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대법원 역시 중재회부 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조정중지 결정은 실무상 쟁의행위의 절차적 적법성을 사실상 좌우하는 관문 역할을 하면서도,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어떠한 이의절차도 두고 있지 않다. 결정의 파급력은 중재에 못지않은데 이를 교정할 장치만 없는 셈이다.

원·하청 교섭과 새로운 교섭의제의 등장으로 조정의 개시 여부와 대상에 대한 판단은 고도의 법률 판단이 되었고,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그 판단이 갖는 무게는 더욱 커졌다. 권한이 커진 만큼 오류의 파급력도 커져, 오류를 바로잡을 통로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법원이 조정중지 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겠지만, 중재와 유사하게 이의절차를 입법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 역시 재판청구권의 범위 내에 포함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면 노동관계 당사자들이 노동위원회 절차에 대하여 가지는 신뢰 역시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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