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만 리메이크 활발하다고?⋯'아는 맛'에 꽂힌 이유 [엔터로그]

입력 2026-07-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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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가수 태연(왼쪽), 리센느. (사진제공=SHgold네트웍스, 더뮤즈엔터테인먼트)
▲가수 태연(왼쪽), 리센느. (사진제공=SHgold네트웍스, 더뮤즈엔터테인먼트)

리메이크 바람이 활발하게 불고 있습니다.

요즘 음원 차트를 살펴보면 새로 발표된 곡인데도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태연은 일본 싱어송라이터 츠키(tuki.)의 히트곡을 한국어로 불렀고, 리센느(RESCENE)는 카라의 히트곡 '프리티 걸(Pretty Girl)'을 자신들만의 색으로 재해석하는 등 리메이크 곡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죠.

반응도 뜨겁습니다. 이들 곡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거나 무대가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익숙한 멜로디와 새로운 가수의 음색이 만나면서 원곡 팬과 젊은 청취자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모습이죠. 단순히 추억을 자극하는 기획을 넘어 신곡 못지않은 흥행 카드로 활용되는 중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중음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과거 흥행한 드라마와 영화가 새로운 배우와 현대적 배경을 입고 다시 제작되는가 하면, 해외 인기 작품이 국내 정서에 맞게 재탄생하고 있는데요. 콘텐츠 시장은 왜 지금 익숙한 노래와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고 있을까요?

▲태연 '만찬가'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컷. (사진제공=SHgold네트웍스)
▲태연 '만찬가'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컷. (사진제공=SHgold네트웍스)

추억의 곡→J팝까지…가요계 활발한 리메이크

가요계에선 익숙한 노래가 새로운 목소리와 편곡을 입고 돌아오고 있습니다. 과거 히트곡을 후배 가수가 다시 부르는가 하면, 자신의 대표곡을 재해석하거나 일본 인기곡을 한국어로 번안하는 등 리메이크 방식도 다양합니다.

그룹 리센느는 8일 카라가 2008년 발표한 '프리티 걸'을 동명의 스페셜 싱글로 다시 선보였습니다. 원곡의 밝고 통통 튀는 분위기는 살리면서 기타 사운드에 디스토션을 더하고, 신스 소스를 추가해 곡의 윤곽을 다듬었다고 소속사는 설명했죠. 특히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카라 멤버 니콜이 리센느와 함께 무대에 오르면서 팬들의 반가움을 자아냈는데요. 해당 무대는 Mnet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만 131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요. 쇼츠 영상에서도 수만~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리센느의 '프리티 걸'은 2세대 걸그룹의 대표곡을 5세대 걸그룹이 다시 부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원곡을 기억하는 세대에는 추억을, 당시 어렸거나 태어나지 않았던 팬들에게는 사실상 신곡처럼 다가갈 수 있는데요. 과거의 멜로디와 안무에 현재 유행하는 사운드와 숏폼 콘텐츠를 결합하며 소비층을 넓혔죠.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을 다시 꺼내 드는 '셀프 리메이크'도 이어집니다. 힙합 듀오 마이티 마우스는 지난달 9일 2011년 정규 2집 타이틀곡 '톡톡(Tok Tok)'을 15년 만에 다시 발표했습니다. 원곡에 참여했던 소야가 다시 피처링을 맡고 딘딘이 새롭게 합류해 익숙한 후렴은 유지하면서 2026년 버전의 사운드를 더했습니다. 이후 음악방송과 댄스 챌린지로 활동을 이어가며 과거 노래를 현재의 홍보 문법에 맞춰 다시 유통했죠.

리메이크의 범위는 국내 옛 노래에 머물지 않습니다. 태연은 지난달 29일 일본 싱어송라이터 츠키가 2023년 발표한 '반산카(晩餐歌)'를 한국어로 재해석한 '만찬가'를 공개했습니다. 한국어의 정서와 운율에 맞춰 가사를 번안하고 태연 특유의 섬세한 보컬을 더한 곡으로, 국내 가수가 일본 인기곡을 정식으로 다시 부르는 'J팝 리메이크(J-POP REMAKE)' 프로젝트의 첫 음원입니다.

'만찬가'는 2일 기준 멜론 톱 100 13위, 핫 100(발매 100일 이내) 5위, 핫 100(발매 30일 이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원곡이 이미 유튜브와 숏폼, 음원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끌어온 데다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정수, 아일릿 모카, 엔믹스 해원, 플레이브 밤비 등 숱한 K팝 아이돌들이 커버하기도 한 만큼 인지도가 높기도 한데요. 이 곡을 국내 대표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와 한국어 가사로 다시 선보이면서, 원곡 팬은 물론 일본어 노래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에게도 한층 쉽게 다가갔죠.

성시경도 일본 명곡을 재해석한 리메이크 앨범을 내놓습니다. 9월 그가 직접 고른 일본 명곡들로 구성된 앨범 '러브(LOVE)'를 발매하고, 10월에는 도쿄 가든 시어터에서 공연을 엽니다. 태연의 '만찬가'가 일본 히트곡을 한국어로 번안해 국내에 소개하는 방식이라면, 성시경은 일본어 리메이크 앨범과 현지 공연을 묶어 일본 시장을 직접 겨냥하죠.

이처럼 최근 가요계의 리메이크는 2세대 아이돌 히트곡의 재해석부터 셀프 리메이크, J팝의 한국어 번안과 현지 발매까지 여러 갈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존 히트곡의 즉각적인 인지도에 새로운 가수의 팬덤과 해석, 챌린지나 숏폼 콘텐츠 등 요즘의 홍보 방식을 더하면서 리메이크는 독립적인 신곡이자 새로운 음원 상품으로 다시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CJ ENM의 한국 IP 기반의 태국 리메이크 드라마 6개 작품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CJ ENM의 한국 IP 기반의 태국 리메이크 드라마 6개 작품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영화·드라마도 비행기 탔다…검증된 IP, 왜 다시 꺼내나

리메이크 바람은 음악을 넘어 드라마와 영화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흥행한 작품이 현지 배우와 언어, 문화적 배경을 입고 다시 만들어지는가 하면 한 국가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 또 다른 국가로 수출되는 사례까지 속속 포착되는데요. 하나의 이야기가 국경을 여러 차례 넘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중이죠.

CJ ENM 홍콩 법인은 이달 2일부터 인도 광고 기반 무료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아마존 MX 플레이어에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태국 리메이크 드라마 6편을 공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굿 닥터(Good Doctor) △김비서가 왜 그럴까(Dear My Secretary) △시그널(23:23) △스타트업(Start-Up) △해피니스(Happiness) △블랙독(Thank You Teacher) 등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지식재산권(IP)들인데요. 인도 현지 시청 환경과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영어 자막과 힌디어 더빙을 제공했습니다. CJ ENM 측은 이 사례를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커지는 상황에서의 전략적 제휴, 포맷 현지화 등 다각적인 콘텐츠 전략으로 설명했습니다. 흥행이 검증된 한국의 IP와 동남아시아의 우수한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죠.

영화 역시 리메이크로 주목받는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 장준환 감독의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부고니아'는 CJ ENM이 기획·제작에 참여한 글로벌 리메이크 사례입니다.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개봉 당시 대중적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 20여 년 뒤 해외 자본과 제작 시스템을 만나 다시 스크린에 걸려 관심을 받았는데요.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의미를 더했죠.

'오싹한 연애'(2011)는 tvN 새 토일드라마 '오싹한 연애'로 리메이크 돼 안방 극장을 찾을 예정입니다. 또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판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2015년 개봉한 동명의 미국 영화를 한국판으로 옮긴 '인턴'은 추석 연휴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배우 최민식이 70대 시니어 인턴을, 한소희가 젊은 패션 기업 대표를 맡아 세대를 초월한 케미스트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동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같습니다. 이미 대중성과 서사적 경쟁력을 확인한 IP를 다른 시장과 소비 환경에 맞춰 다시 상품화한다는 점입니다.

콘텐츠 기업들이 검증된 IP를 다시 꺼내는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제작비와 흥행 불확실성이 자리합니다. 신작은 공개 전까지 시청자 반응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리메이크는 원작의 시청률과 화제성, 해외 판매 실적, 팬덤 반응 등을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떤 인물과 설정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는지 이미 확인된 만큼 사업성을 계산하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셈이죠.

글로벌 플랫폼의 확산도 리메이크를 부추깁니다. 완성된 한국 작품을 그대로 수출하면 자막과 더빙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문화적 장벽이 남을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는 이야기의 핵심 구조는 유지하되 배우와 직업, 가족관계, 유머와 갈등을 현지 상황에 맞게 변주할 수 있죠. 이에 한국에서 제작된 완성작을 수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작의 설정과 제작 노하우를 판매하고, 현지화된 작품을 다시 제3국에 유통하며 하나의 IP에서 여러 차례 수익을 만드는 사업으로 진화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포착됩니다.

▲'인턴' 한소희, 김도영 감독, 최민식.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인턴' 한소희, 김도영 감독, 최민식.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흥행 보증수표일까?

다만 검증된 IP라고 해서 반드시 흥행까지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판권료와 제작비, 현지화·마케팅 비용이 더해지면 손익분기점이 높아질 수 있는데요. 높은 초기 인지도가 실제 관람과 장기적인 소비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원작과의 비교도 불가피합니다. 변화가 적으면 단순 복제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각색 폭이 크면 원작의 핵심을 훼손했다는 기존 팬덤의 반발을 살 수 있죠. 음악 역시 발매 초반에는 원곡 팬과 가수 팬덤이 유입되더라도 새로운 편곡과 해석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재생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디즈니는 실사 리메이크 작품이 성과가 크게 엇갈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 공개된 '릴로 & 스티치'는 전 세계에서 10억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렸지만, '백설공주'는 2억달러 수준에 그친 데다가 혹평 세례도 받았죠. '모아나'는 2016년 애니메이션과 전개·연출이 지나치게 비슷해 극장에서 새 버전을 봐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2024년 속편 '모아나 2'가 전 세계에서 10억달러를 넘긴 지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같은 IP를 꺼내 들면서 피로감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됐죠. 익숙한 캐릭터와 브랜드가 초기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원작과 구별되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면 흥행 효과가 제한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리메이크의 성패는 새 버전만의 해석과 원작과의 차별점을 입증하는 데 달린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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