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 넘어 경제 토대로 인식해
인류 最古자본 ‘숲·물·토양’에 주목

숲은 자산일까? 아마 대부분의 금융인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숲은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업의 재무제표에도 숲과 생물다양성은 자산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금융은 오랫동안 공장과 건물, 기계설비는 자산으로 인정해 왔다. 반면 자연은 그저 우리를 쉬게 하는 풍경일 뿐, 자본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기업은 앞으로도 충분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원재료를 공급하는 숲이 사라진다면 생산을 계속할 수 있을까? 토양이 황폐해지고 생태계가 훼손된다면 현재의 사업모델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이것은 환경운동가의 질문이 아니다. 기업의 현금흐름과 장기적인 경쟁력,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기 시작한 투자자와 금융시장이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연이 제공하는 혜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다. 물과 토양, 숲과 생태계는 마치 무한한 자원인 것처럼 사용해 왔다. 자연은 언제나 곁에 있었고,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는 처음부터 자연 위에서 움직여 왔다. 농업은 토양과 물에 의존하고, 식품산업은 건강한 생태계에 의존한다. 에너지 산업은 물 없이는 운영될 수 없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역시 막대한 양의 초순수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든 산업은 자연에 의존한다. 단지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과거에는 자연이 풍부했기에 가치를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물 부족, 산림 훼손, 생물다양성 감소가 현실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자연 훼손은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다. 기업 생산과 공급망,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 문제가 됐고, 금융이 관리해야 할 새로운 리스크가 됐다.
지난 5월 열린 ‘Nature Finance Forum Korea 2026’에서 주한 룩셈부르크 대사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Nature is not an externality. It is the very foundation upon which all economies operate.” “자연은 외부효과가 아니다. 모든 경제활동을 떠받치는 토대”라는 뜻이다.
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생산의 출발점으로 토지(Land)를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와 금융의 발달 속에서 우리 관심은 공장과 기계, 그리고 금융이 가치로 인정하는 자산들에 집중되었고 자연은 점차 경제의 언어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자연은 결코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단지 우리가 그 가치를 잊고 있었을 뿐이다. 숲은 물을 저장하고, 토양은 식량을 키우며, 생태계는 산업 활동을 유지한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이러한 기능들은 사실 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자산이었다.
그래서 최근 국제사회는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제 금융은 기업이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넘어, 자연의 변화가 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보기 시작했다.자연은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자본이었다. 자연은 처음부터 자본이 아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그것을 공짜로 사용해 왔기에 자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숲과 물, 토양과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단순한 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생산 기반이며, 현금흐름과 장기적인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본이다.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오래전부터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아왔다. 1980년대 자연이 좋아 그린벨트 지역으로 이사해 지금까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또 20여 년 전에는 사무실도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어 남산으로 옮겼다. 그때의 필자는 자연을 사랑했지만, 자연을 자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때의 선택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숲과 물, 토양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와 기업, 그리고 금융을 떠받치는 가장 근본적인 자본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오랫동안 우리 삶의 배경이었다. 우리를 쉬게 하는 풍경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이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본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자연은 우리가 가장 늦게 발견한 자본인지도 모른다. 지금 글로벌 금융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자본을 다시 읽기 시작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Nature Finance, ‘자연금융’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