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은 매수 기회”…반도체 공급 부족 더 독해졌다, 내년 물량까지 ‘완판’

입력 2026-06-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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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미래에셋·삼성證 “최근 주가 조정은 속도 조절일 뿐…AI 인프라 펀더멘털 견고”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90조·하이닉스 69조 대기…메모리·기판 공급부족 ‘역대급’
빅테크 수주잔고 2.1조 달러 돌파에 장기계약 급증…국면 전환 대비 선호주 압축

(출처=미래에셋증권)
(출처=미래에셋증권)

최근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이 글로벌 안보 및 기술적 노이즈로 가파른 주가 조정을 겪었으나, 이는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가 아닌 극심한 공급 부족에 따른 ‘속도 조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장이 엣지 디바이스로 확산하면서 메모리와 기판의 공급 부족이 상반기보다 한층 심화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을 장기 성장 사이클 확신에 기반한 매집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반도체 업황의 코어인 미국 빅테크의 AI 수요가 여전히 강력하며, 공급 단의 병목 현상이 실적 상향과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동시에 이끄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공급 부족이 상반기 대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델,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에이전트 PC 출시와 신형 아이폰의 AI 에이전트 탑재로 HBM, 서버 D램, 기업용 SSD, LPDDR5X 등 메모리 전 품목에 걸친 수요 가속 국면 진입이 전망돼서다. 반면 공급 증가 폭은 제한적이어서 내년 메모리 공급은 올해보다 더 부족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KB증권에 따르면 6월 현재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충족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며 패키징 기판이 생산에서 공급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은 기존 6주에서 24주로 4배 확대됐다. 신규 라인 증설에 최소 2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6월 기준으로 메모리와 기판은 내년 물량까지 사실상 완판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배 급증한 90조원(영업이익률 51%),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8배 증가한 69조원(영업이익률 77%)으로 전망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수요는 더 강해지고 공급은 더 부족해지는 구간에 진입한 만큼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KB증권은 AI 공급 부족의 핵심 공급망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 LG이노텍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최근 반도체 주가를 흔들었던 엔비디아 ‘베라 루빈’의 LPDDR5X 탑재량 축소 우려에 대해서는 수요 감소가 아닌 공급 부족이 부른 해프닝이라는 반박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이슈가 공급사의 제한된 물량 안에서 확대된 제품 라인업을 최대한 소화하기 위한 재배분 성격으로 해석했다. 클라우드 기반 추론 비용 부담과 레이턴시 문제로 LLM을 로컬에서 구동하려는 요구가 커지며 AI PC 플랫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용량 DRAM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장기 공급 시계열의 가시성도 한층 높아졌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분기 기준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수주잔고(RPO) 합계는 2조1100억달로 전 분기 대비 24% 증가했다”며 “이러한 수주잔고를 실현하기 위해 Capex가 장기적으로 집행되어야 할 것이 자명하며,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기 위해 메모리에 대한 장기공급계약(LTA)을 맺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미 샌디스크가 빅테크와 420억달러의 LTA를 맺고 선수금 110억달러를 수령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선수금 조건과 가격 상승폭 제한이 없는 유리한 조건의 LTA 논의를 적극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목표가 55만원)와 SK하이닉스(목표가 380만원)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주가 변동성 확대는 시장의 체질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진통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구글의 850억달러 유상증자와 메타의 자금 조달 검토는 AI 투자가 꺾이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투자 규모가 더 크고 길어짐을 의미한다고 봤다.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 성과를 확신한다는 강력한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합산 Capex는 710억달러로 전년 대비 89% 급증해 이들의 EBITDA 대비 93%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고객사의 AI 투자가 줄거나 메모리 3사의 HBM, 서버디램 재고가 쌓이는 것이 코어의 변화인데 현재 그 변화 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이익 상승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기대가 앞선 데서 비롯된 조정을 감내하거나 매집의 기회로 삼아야 할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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