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기반 사람 중심 기업문화 살려
공감 능력 키우고 잠재력 끌어내야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라는 거대한 전환기 속에서 복합적인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많은 경영자가 “AI 기술을 어떻게 우리 조직에 도입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프레임에 매몰되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단순히 첨단 도구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가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전략적 질문이며, 이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가정신의 부활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기업가정신은 변화를 탐색하고, 이에 대응하며, 그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실천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기에는 ‘추격형(Catch-up) 경제’가 주를 이루었다. 그때의 기업가정신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과감하게 돌진하는 ‘도전과 열정’의 동의어였다. 그러나 탈추격 시대이자 파괴적 혁신이 상시화된 AI 시대의 생존 방정식은 전혀 다르다. 이제는 새로운 ‘기회’를 정의하고, 포착하여, 실행하는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현재 많은 기업이 AI 도입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정작 이를 비즈니스 혁신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세우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단순히 ‘인간 대 AI’의 구도가 아니다. 본질은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조직’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압도하는 역량의 격차다. 따라서 외부의 파괴적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해석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AI 리터러시(Literacy)’와 ‘창의적 기회 포착 능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략이 부재한 기업들은 급변하는 생태계 속에서 순식간에 고립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AI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연속적인 기술 변화’의 연장선에 있지만, 그 발전의 범위와 속도는 가히 압도적이다. 기업에서 AI는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유용한 도구다. 기업들은 이제 구성원의 손에 새로운 도구를 쥐어 주고 활용법을 교육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진짜 본질은 AI를 활용해 기존의 ‘프로세스 자체를 재정의하고 재설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운영의 효과성·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여기서 절감된 자원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재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가속화되는 AI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첫째, ‘사람중심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AI가 인간의 지능과 노동을 대체해 갈수록, 역설적으로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사람의 가치는 브랜드의 핵심 자산이 된다. 경영자는 직원을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이자 혁신의 주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공감과 권한 부여(Empowerment)를 통해 자율성을 높여줄 때 인재들은 더욱 창의적으로 움직인다.
둘째, 의사결정·혁신 프로세스의 전면적 재설계와 비즈니스 모델의 고도화이다. AI 예측 모델을 적극 활용하여, 기존에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던 의사결정 구조를 ‘데이터 리터러시’ 기반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민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AI 시뮬레이션을 연구개발(R&D)과 마케팅에 도입하면 실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가설 검증형 실행(Algorithmic Experimentation)’을 통해 더 과감한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독자적인 혁신에 갇히지 말고,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여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를 고도화해야 한다.
셋째, 조직 역량의 개편과 지속적인 인재 육성이다. 과거의 숙련도 중심 위계적 조직 구조를 과감히 깨고, ‘인간과 AI의 협업’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유연한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조직 내에 AI 활용 환경과 교육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구성원들의 역량을 끊임없이 빌드업(Build-up)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의 성패는 사람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여 조직의 변화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힘든 작업’을 얼마나 밀도 있게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시대가 던지는 진정한 과제는 기술의 정교함이 아니라, 그 기술을 다루는 경영자와 조직 구성원들의 마인드셋에 있다. 결국 기회를 포착하고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사람’이며, AI는 그 사람의 가능성과 실행력을 폭발적으로 확장해 주는 강력한 지렛대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사람이 포착하고 AI가 확장하는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정신을 조직 문화와 관행 속에 깊숙이 내재화할 때, 우리 기업들은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