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경제난에 정치권 구도 요동
재가입 여론 커져 향후 행보 주목돼

‘보리스 존슨과 나이절 패라지의 공통점은?’
유럽이나 영국 정치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주도한 정치인이라 답변할 것이다. 다음달 23일이면 영국 유권자들이 국민투표에서 3.8%포인트(p) 차이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만 10년이 된다. EU탈퇴로 영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주도한 두 주역은 승승장구했거나 세력을 크게 확대해 왔다. 특히 나이절 패라지는 유력한 차기 총리로까지 거론된다. 집권 노동당에서는 EU 재가입이 공식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브렉시트의 그림자가 아직도 짙고 길다.
이달 7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반이민과 반이슬람을 앞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영국 개혁당이 제1당이 됐다. 잉글랜드 시장과 시의원을 뽑은 선거에서 개혁당은 거의 40%를 얻어 노동당이 보유한 의석 절반을 빼앗았다. 개혁당의 패라지 당수는 “영국 정치에서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상의 결과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기뻐했다. 2029년 예정된 총선에서도 승리하고 자신이 총리가 돼야 최상의 결과라고 이야기한 것.
패라지는 2016년 영국독립당이라는 소수정당을 이끌어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앞장섰다. 그와 함께 찬성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당시 런던시장은 2019년 가을부터 3년간 총리가 돼 브렉시트를 마무리했다. 패라지는 존재감이 하락하다가 2021년에 독립당을 개혁당으로 개칭했다. 이후 집권하면 60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꾸준하게 지지도를 올렸다. 2024년 7월 초 조기 총선에서 하원의 거의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얻어 압승한 노동당은 채 2년도 안 돼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성장과 물가 안정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작년 4월부터 정당 지지도에서 개혁당에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1년 넘게 7~8%p 격차가 유지된다. 개혁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집권 노동당에 실망이 커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개혁당에 표를 몰아줬다. 지방선거 참패 후 노동당은 키어 스타머 총리의 사임을 압박 중이며 사실상 총리 교체 절차에 들어갔다. 영국에서는 집권당의 당수가 총리가 되며 도중에 교체되면 후임자가 승계한다.
당수 도전을 내세우며 스타머 내각에서 최근 사임한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부 장관은 “영국의 미래는 유럽과 함께하는 데 있다”며 “언젠가 다시 EU에 가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집권 노동당은 EU와의 관계 개선이 선거에 부정적임을 인식해 농산물 검역 등 매우 제한된 분야에서만 관계를 향상하려 했다. 그와 함께 당권 경쟁자인 앤디 버냄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도 EU에 다시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노동당에서 금기어였던 브렉시트 번복이 다시 조심스럽게 의제가 됐다.
무엇보다도 브렉시트에 대한 여론이 변했다. 또 브렉시트를 주도한 장본인이 계속해서 EU탈퇴가 야기한 경제적 손실을 부정하고 있는 현실을 유권자들이 자각하게 됐다. 2년 전부터 영국 유권자들은 브렉시트가 잘됐다는 의견보다 잘못된 결정이라는 생각이 20%p 정도 앞선다. 영국 무역의 거의 절반이 가는 EU와의 교역에서 브렉시트 후 통관절차가 생기고 각종 비용이 추가돼 많은 중소기업들이 최대 시장 EU를 포기했다. 반면에 대체 시장 개척은 쉽지 않고 트럼프 출범 후 미국의 관세부과로 경제는 더 어려워졌다. 트럼프가 세계질서를 파괴 중인데 EU는 힘을 합쳐 공동대응 중이다.
패라지는 트럼프 재선을 적극 지지했으며 줄곧 미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해왔다. 3월 초 유거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67%의 영국 시민들이 트럼프의 정책을 반대하지만 개혁당 지지자들은 24%만이 반대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3일자에서 2030년대에 영국이 EU에 재가입하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고 험하다. 보수당과 개혁당의 브렉시트 지지는 계속될 듯하나, 집권 노동당에서 EU 재가입이 공식 거론됐음은 그만큼 정치상황이 변화 중임을 말해준다.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