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 등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향후 디지털금융 생태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사전 포석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삼성SDS, 삼성카드는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4.0%를 총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취득 주식 수는 139만주다. 삼성증권이 2.0%, 삼성SDS와 삼성카드가 각각 1.0%씩 확보한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다. 삼성 계열사들은 이번 투자를 디지털자산 관련 신규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전략적 지분 투자로 설명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토큰증권 발행·유통과 가상자산 서비스 등 디지털자산 전반에서 협업을 모색하고, 삼성SDS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보안·데이터 관리 역량을 블록체인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결제·유통 생태계와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코인원은 한국투자증권과 OKX를 대상으로 각각 약 20% 규모의 전략적투자(SI)를 논의 중이다. 거래는 기존 주주의 구주 일부 매각과 신주 발행을 병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신주 발행 비중이 큰 만큼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는 올해 들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기존 주주 지분 92.06%를 약 133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136만주를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84%로 높일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취득해 주요 주주로 합류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단순 재무적 투자보다 디지털자산 인프라 선점 경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발행·상환, 준비자산 관리, 거래소 유통, 결제, 지갑, 보안, 자금세탁방지 체계 등 복합적인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 은행은 발행과 준비자산 관리, 증권사는 토큰증권과 투자상품, 카드사는 결제, IT서비스 기업은 블록체인·보안·데이터 인프라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전통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사업자의 결합을 제한해온 이른바 금가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융권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본격화하고 법인 가상자산 투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신규 사업의 제도화 가능성이 커지면 거래소 지분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규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적격성, 금융회사 지분 보유 한도, 해외 거래소의 국내 시장 진입 조건 등이 향후 거래 성사와 사업 확장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금융권의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이 디지털자산 시장 재편의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컨소시엄 주도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향후 거래소들에 대한 타 금융사들의 투자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