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규제 전 신청했는데"… 기업들, IPO 심사 중 바뀐 제도에 당혹

입력 2026-05-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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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임하은 기자)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임하은 기자)

오는 7월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미 기업공개(IPO·상장) 심사대에 올랐거나 일정을 재검토해야 하는 기업들은 당혹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도 확정 전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상장 절차를 밟은 기업들이 주주동의 절차를 밟거나 일정을 재검토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제도 시행 전 IPO 접수 건이 줄줄이 상장을 못하게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제도 개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 거래소 규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르면 7월 새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방향은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주주 보호장치와 독립성 등을 토대로 예외 사유 해당 여부를 심사하는 구조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지난달 16일에 이어 이달 20일과 27일 세미나를 열고 주주동의 방식, 주주영향평가, 독립 사외이사 중심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다.

쟁점은 시행 이후 새로 예심을 청구하는 기업만이 아니다. 디티에스, 덕산넵코어스, 에스케이팩 등 지난해 9~11월 예비심사를 청구했거나 스팩 합병상장 절차를 밟은 기업들의 처리 방향이 먼저 변수로 떠올랐다. 각 기업의 일정 변화 배경은 다르지만, 중복상장 제도개선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새 기준 적용 여부가 공통 변수로 부상했다.

덕산넵코어스는 계류 기업의 선제 대응 사례로 꼽힌다. 모회사 덕산하이메탈은 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덕산넵코어스 상장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를 거쳐 자회사 상장 추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덕산하이메탈은 이와 함께 덕산넵코어스 주식 15만주를 일반주주에게 현물배당하는 주주보호 방안도 제시했다. 배당은 보호예수 해제 이후 관련 절차에 따라 추진될 예정이다.

에스케이팩은 이미 일정이 멈춰선 사례다. 코스닥 상장사 나무기술의 자회사인 에스케이팩은 교보16호스팩과 합병상장을 추진했지만, 지난달 22일 예비심사를 철회하면서 합병계약도 해지됐다. 회사 측은 중복상장 규제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며 재추진 의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나무기술의 에스케이팩 지분율이 53.1%, 에스케이팩 매출이 나무기술 연결 매출의 약 28%에 달한다는 점에서 규제 강화 흐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코스피 대어급 자회사 IPO는 예심 계류 건과 구분된다. SK에코플랜트는 회계 이슈로 상장 일정이 지연된 가운데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논의까지 겹치며 FI와의 상장 기한 약정을 현금 정산 방식으로 정리하고 IPO 일정을 새로 짜는 국면에 들어갔다. HD현대로보틱스, CJ올리브영 등도 가이드라인 확정 전 영향권에 거론되는 후보군이다.

업계에서는 새 제도의 관건이 ‘소급 적용’ 여부 자체보다 경과 규정과 보완 절차의 수위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시행 전 접수된 계류 건에 주주영향평가와 특별위원회 구성, 주주동의 절차 등이 어느 정도 요구되느냐에 따라 자회사 IPO 시장의 심사 재개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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