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자원 수평적 융합 체제로 묶어
‘혁신강국’ 거듭나게 할 리더십 절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혁명가였다. 그는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 한국을 전통적 농업사회에서 현대적 산업사회로 도약시킨 지도자였고, 따라서 10월 유신 등의 과오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혁명가로서 손색이 없다. 박 대통령이 한국의 산업혁명을 성취한 비결은 국민의 빈곤 탈출 열망을 정권의 목표로 삼아 집권기간 내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산업정책을 시종일관 추진했다는 데 있다.
박정희식 산업정책(산업정책 1.0) 즉, 정부·대기업 주도의 수출지향적 공업화 전략은 선진국의 경험을 본떠 선정한 기간산업 및 선발된 소수 대기업에 국가 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선진 기술을 배우고 생산능력·수출 및 고용을 효과적으로 늘리게 해주었다. 덕분에 한국은 선진국들이 수세기에 걸쳐 이룩하였던 산업혁명을 한 세대만에 달성, 국민은 선진국 수준의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지금 한국은 제2의 박정희를 찾고 있다. 사회의 기반기술이 동력기계기술에서 지능기계기술로 고도화되면서 인류문명이 ‘산업사회’를 넘어 ‘창조사회’로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한국을 창조사회로 도약시킬 산업정책 비전과 전략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
창조사회는 기술·상품 혁신 즉, 창조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사회이다. 그런데 혁신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창조시대의 산업정책(산업정책 2.0)은 검증된(불확실성이 낮은) 상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 치중하는 산업정책 1.0과 크게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혁신은 어떤 기술·상품, 어떤 기업이, 언제 수익을 내고 결국 시장을 차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실험·학습을 반복한 후에야 성취된다. 이러한 불확실성하에서 혁신을 증진하는 최선의 방법은 진화 알고리즘이다. 진화 알고리즘은 ‘생산주체에 의한 기술·상품의 차별화-소비자가 선호하는 기술·상품의 시장에서의 선택-다수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상품·기업의 증식’으로 구성되며 이러한 시행착오적 실험·학습을 계속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대안 중 최적의 것을 선별, 대량 생산하게 되는 과정이다.
어떤 산업정책이 이러한 과정을 촉진할 수 있을까? 먼저 다양한 기술·상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람·사물·기계 간의 연결과 융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 구성원의 확보 또는 외부 인재·조직·소비자와의 폭넓은 네트워킹, 우수한 컴퓨팅·통신망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이로써 데이터의 축적·유통과 아이디어의 융합·창출을 촉진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해 연관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을 하나의 목표로 결집하여 창출된 여러 아이디어를 끈기있게 실험·학습해 최선의 기술·상품으로 주조해내는 유능한 경영자가 필요하다. 장기간의 실험에 소요되는 자금을 제공할 공공·민간 인내자본, 소비자의 선호를 신속히 반영하여 선택 과정을 효율화해주는 경쟁 시장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다만, 증식 과정은 AI 로봇 등을 기반으로 자동화되어 중요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창조사회에서는 산업정책의 목표가 지속적 혁신역량 구축과 이를 통한 주요 분야별 기술 주도권 및 시장 선점이 되며, 경쟁 단위가 산업생태계 또는 플랫폼으로 확대된다. 산업조직은 대기업·벤처기업·소부장기업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개방형 생태계 또는 플랫폼으로 바뀌며, 산업구성도 제조업·서비스업·콘텐츠업 융합 구조로 진화한다.
종합하면, 한국의 산업정책 2.0은 혁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학습·혁신 시스템으로 조직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정책 1.0의 자본·노동 투입증대를 기반으로 한 생산역량 확충 추구에서 벗어나 데이터·아이디어의 원활한 축적·유통과 재빠른 실험·학습·재조합이 절실하다. 정책의 목표가 모방과 추격에서 창조와 선도로, 국가자원 배분이 핵심 산업 집중에서 사회 전반의 인프라·생태계 구축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한 경제주체 간의 관계는 정부·대기업 주도의 수직적 관계에서 벤처기업·소재부품장비기업·모험자본을 포괄한 수평적 관계로, 조직구조는 권위적 중앙집권구조에서 자율적 분권구조로, 산업구성은 산업별 분리체제에서 산업 간 융합체제로 각각 진화해야 한다. 한국은 잘 짜인 제조·서비스·콘텐츠산업, 우수한 인재·현장기술, 풍부한 산업정책 경험을 갖고 있어 디지털전환(DX), AI 전환(AIX)을 신속히 성취할 경우 세계적 ‘혁신 강국”으로 거듭날 잠재력이 크다. 산업정책 2.0으로 이를 꽃피워 창조사회를 실현할 혁명가, 제2의 박정희를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