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악산 연주대 인근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습니다”
노동절(5월 1일)에서 어린이날(5월 5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날아온 안전재난문자. 도심의 한 산에 등산객이 몰린다는 안내가 인근 주민들에게 ‘공지’로 쏟아질 정도라니… 당혹스러운데요.
“도대체 얼마나 몰렸길래?”라는 의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된 연주대의 모습에 곧장 풀렸습니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이들은 물론 오르려는 사람들과 내려가려는 사람들이 한데 엉키며 산정상에서 난데없는 병목현상이 벌어졌죠.
이런 상황 속 관악구를 비롯 과천시, 안양시 등 관악산 인접 구역에서 안전재난문자가 발송된 건데요. “관악산 봄철 산행객 증가로 인해 등산로가 혼잡하니 앞사람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달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관악산은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산은 아닌데요. 그렇다고 만만한 산도 아니었죠. 서울 남쪽의 관악산은 관악구와 금천구, 경기 과천·안양에 걸쳐 있습니다. 서울대입구와 낙성대, 사당, 과천향교, 안양예술공원 등 여러 방향에서 오를 수 있죠.
관악구청과 국토지리정보원 등에 따르면 관악산공원은 1968년 1월 15일 개원한 도시자연공원으로, 관악구·금천구 면적만 약 1427만8901.5㎡에 이릅니다. 연주대, 삼막사, 관음사, 신림계곡, 무장애숲길 등을 품고 있는 ‘크고 유명한 산’이죠. 특히 대부분 이들이 몰리는 곳은 정상, 연주대인데요. 관악산 정상은 연주대 남측 봉우리 632.2m고, 정상석으로 알려진 연주대 봉우리 높이는 629.8m입니다.

압도적인 높이는 아니지만, 산세는 험한데요. ‘악(岳)’이 들어간 이름이 말해주죠. 관악산의 기반암이 주로 중생대 쥐라기 대보 화강암으로, 화강암이 지표에 노출돼 만든 지형이 곳곳에 나타나 있습니다. 심하게 풍화된 암벽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많고, 최고봉으로 소개되는 연주대는 정상에 우뚝 솟은 자연 바위벽으로 화강암 수직절리 발달이 두드러지죠.
거기다 서울 도심과 가까워 ‘원래부터 사람이 몰리는 산’이었는데요. 새로운 명분이 붙으면서 ‘도’를 넘어섰죠. 바로 ‘정기’인데요.
1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성준 역술가가 관악산을 언급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죠. 방송에서 박성준 역술가는 관악산이 서울에서 정기가 좋은 산이며 관악산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가 좋은 곳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요. 이후 관련 내용이 SNS를 타고 퍼지면서 관악산은 단순한 주말 산행지가 아니라 ‘운을 받으러 가는 산’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관악산의 정기는 진짜 좋을까요? 풍수와 민간신앙을 보면 관악산은 오래전부터 ‘기운이 센 산’으로 불렸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관악산이 원래 화산, 곧 불의 산으로 여겨졌고 조선 태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그 화기를 누르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를 세우고 관악산 중턱에 물동이를 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요. 그만큼 ‘범상치 않은 산’임은 분명해 보이죠.

이 이미지는 어마어마했는데요.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등산관광센터 관악산점 방문객은 올해 1월 5752명으로 전년 동월 5012명보다 14.8% 늘었고, 2월에도 5217명으로 전년 동월 4848명보다 9.6% 증가했습니다.
검색량도 이에 따라 움직였죠.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를 살펴보면 네이버 통합검색에서 ‘관악산’의 월간 검색량(4월 3일~5월 3일)은 총 7만7900건으로 집계됐는데요. ‘관악산’ 키워드의 월간 콘텐츠 발행량은 블로그 9040건, 카페 7030건 등 총 1만61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방문기와 등산 후기, 코스 정보 같은 온라인 콘텐츠도 함께 쌓이고 있죠.
네, 그렇게 사람들은 올랐습니다. 상석 앞, 연주대 주변, 바위 능선 위에서 남기는 인증샷은 SNS를 뒤덮었고요. ‘3번 올라 소원을 3번 빌어야 한다’는 규칙이 정해지며 삼고초려(?) 일대기가 게재됐습니다.

문제는 수용 범위인데요. 관악산 전체가 넓더라도 사람들이 몰리는 지점은 극히 제한적인 탓이죠. 연주대는 상징적인 장소이지만, 대규모 인파를 오래 품을 만큼 넓고 평탄한 공간은 아닙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좁은 바위길에서 마주치고 인증사진을 기다리는 줄이 생기면 흐름은 금세 막히게 되죠.
올해 5월 초 연휴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5월 1일 노동절, 2~3일 주말, 4일 징검다리 휴일, 5일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일정은 ‘아직 가보지 못한 이들’의 마음마저 움직였는데요. 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으며 정상 인증사진과 정기 흡수라는 확실한 목적지까지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몰리면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죠. 실제로 지난달 말 관악산 제1등산로 마당바위에서는 노란색 래커로 “너희에게 줄 관악산 운빨은 없다 메롱”이라고 쓴 낙서가 발견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요.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일에는 관악산 내 웅덩이로 추정되는 곳에 음식물과 일회용 쓰레기가 버려진 사진이 공개됐는데요. 사진 속 물웅덩이는 라면 국물로 보이는 붉은색 액체에 물들어 있었고 그 위로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휴지 같은 쓰레기가 함께 떠 있었죠.
인근 주민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날벼락’인데요. 평소 익숙하게 오가던 골목과 버스정류장에 등산복 차림의 방문객들이 몰리고, 큼직한 백팩과 등산 장비까지 더해지며 이동 자체가 불편해졌습니다. 산으로 향하는 길목의 버스정류장과 편의점, 카페, 공중화장실은 물론 골목길과 주차장까지 함께 붐비게 되는데요.
물론 주변 상권에는 반가운 유동인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매일 생활하는 주민들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죠. 주말마다 반복되는 소음,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골목을 막아서는 불법 주정차, 좁아진 보행 공간은 결국 생활 불편으로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관악산의 정기가 정말 누군가의 운명을 바꿔놓을까요? 그 답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관악산이 입는 몸살인데요. 산의 좋은 기운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기운을 품은 산이 얼마나 많은 발걸음과 흔적을 견디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할 때죠. 정기를 받으러 오른 관악산에 당신은 무엇을 남기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