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반도체 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 영업이익률 72%. 엔비디아도 제친 수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도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두 회사 모두 웃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성과급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완전히 갈린다.
먼저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하이닉스느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들떠 있다. 명품 매장 직원이 “SK하이닉스 직원이세요?”라고 묻는 농담까지 나올 만큼 성과급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수준을 돌파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성과급은 직원 1인당 평균 6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연차가 쌓인 직원은 연봉 10억원 시대가 열린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은 올해 초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받았다. 연봉 1억6천만원 기준 약 7400만원.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같은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 동기가 1억3천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입이 씁쓸해진다. 내년에는 이 격차가 6억 대 2억으로 벌어질 수 있다.
못 주는 건가, 안 주는 건가.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다.

삼성전자는 다르다. 반도체(DS), 스마트폰(MX), 가전(DA), 디스플레이(SDC) 등 서로 다른 사업이 한 지붕 아래 있다. 직원 수만 12만명에 달한다. 반도체가 영업이익률 70%를 기록하더라도, 가전 사업이 부진하면 전사 평균은 낮아진다. 성과급 역시 사업부별로 따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성과급은 단순하게 나누기 어렵다. HBM을 만드는 직원과 냉장고를 만드는 직원이 같은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에 6억원씩 지급하면 “가전 직원은 무엇이 되느냐”는 문제가 생기고, 전사 균등 분배를 하면 “왜 반도체가 번 돈을 다른 사업부가 가져가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어느 방식을 택해도 갈등은 불가피하다.


첫째,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확대했다. 둘째,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했다. 이전에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성과급이 늘지 않는 구조였지만, 이 제한을 없앤 것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이 늘어날수록 성과급 재원도 비례해 커진다. 사실상 ‘무제한’ 구조다.
삼성전자에는 아직 이런 전환이 나타나지 않았다. OPI(초과이익분배금) 체계에서는 사업부별 목표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성과급이 산정되며, 연봉의 약 50% 수준이 사실상 상한으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처럼 “벌면 버는 만큼 나눈다”는 방식과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왜 삼성은 같은 방식을 적용하지 않을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3만3000명 전원이 동일한 사업에 속해 있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눈다”는 단순한 공식이 가능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12만명이 서로 다른 사업에 분산돼 있어, 어떤 사업의 이익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결정 자체가 조직 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차이는 구조에서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단일 사업 중심 구조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전 직원이 나누는 방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목표와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나뉘는 구조다. 같은 이익을 벌어도 개인이 체감하는 보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HBM 시장 경쟁력의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용 HBM 시장에서 세계 1위권을 유지하며 주요 공급을 맡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가격 협상력도 높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양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으며 추격하는 상황이다. 같은 반도체라도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달라진다.
정리하면 이렇다. SK하이닉스는 비교적 적은 인원이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이익을 내고, 이를 상한 없이 나누는 구조다. 반면 삼성전자는 더 많은 인원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수익성과 사업 구조에 따라 차등 보상을 적용한다.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먼저 ‘못 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냉장고와 HBM이 한 회사 안에 있는 이상, SK하이닉스처럼 단일 기준으로 성과급을 나누기 어렵다. 반도체 부문에만 6억원 수준의 보상을 지급할 경우, 다른 사업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최근 노조 탈퇴 움직임 역시 이러한 갈등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반대로 ‘안 주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의 2026년 전사 영업이익이 300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가운데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할 경우 총 30조원 규모가 된다. 이를 약 12만명의 임직원에게 배분하면 1인당 2억5000만원 수준의 지급도 가능하다. 반도체 부문만 따로 보면 이보다 더 큰 금액도 기대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기보다, 결국 의사결정의 문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에는 제도 변화를 이끈 ‘상소문’이 있었지만, 삼성전자에는 아직 그런 전환의 계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 앞에는 두 개의 숫자가 놓여 있다. SK하이닉스 동기의 6억원과, 같은 회사 가전 부문 동료의 수천만원이다. 위를 보면 격차가 크게 느껴지고, 옆을 보면 형평성 문제가 떠오른다. ‘못 주는 것인가, 안 주는 것인가.’ 이 질문에 삼성전자가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5월 21일 총파업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