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국내만의 문제 아니야⋯중국발 오염물질 영향 받기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199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꺾인 적 없이 오른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증가 속도마저 전 지구 평균을 앞질렀다.
29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은 제주도 제주 고산 지구대기감시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 지구대기감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육불화황(SF₆) 등도 전 지구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432.7ppm으로 199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 지구 평균(425.6ppm)보다 7.1ppm 높다. 특히 중국발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는 안면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34.0ppm으로 1999년(372.6ppm)보다 61.4ppm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2005년부터 2014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2.3ppm이었지만 최근 10년(2015~2024년)은 2.6ppm으로 높아졌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1년간 증가율은 3.2ppm으로 전 지구(2.8ppm)를 상회했다.
다만 국립기상과학원은 온실가스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이 국내 배출만의 문제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전 지구적으로 섞이는 데 약 3개월이 걸리고 대기 중 수명은 100~300년에 달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됐던 시기에도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거의 없었다.
김상백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과장은 “한 번 배출돼 있는 (온실가스가) 소멸 또는 감소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지리적 특성도 변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전 세계 관측소를 '지구급'과 '지역급'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관측소들은 세계기상기구(WMO) 분류상 '지역급 관측소'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지역급 관측소 중 하나인 안면도는 바람 방향에 따라 수도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중국발 오염물질이 서해를 건너오는 영향을 받기도 한다. 김 과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위 30~40도 중위도 지역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외 다른 온실가스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메탄은 우리나라가 2023ppb로 전지구 평균(1935ppb)보다 88ppb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 과장은 "메탄은 대기 중 수명이 11~12년으로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짧아 지금 줄이면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온실가스"라며 "최근 전지구적으로 메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학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주로 배출되는 육불화황도 국내(12.5ppt)가 전지구(12.2ppt)보다 높게 측정됐다. 육불화황은 자연에서는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순수 인위적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만4300배에 달하고 대기 중 수명은 1000년 이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안면도에서 평소 12ppt 수준이던 육불화황 농도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온 날 50ppt 이상으로 치솟는 경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에어로졸은 자연적·인위적으로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로, 황산염·질산염 등 다양한 화학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해 고농도 발생일(미세먼지 기준 81㎍/㎥ 이상) 24일을 분석한 결과 이 중 황산염은 대부분 중국 쪽 영향으로 추정했다.
김 과장은 "황산염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규제가 되고 있어 전체 농도 자체가 적다"며 "대부분 중국 쪽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질산염의 경우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주로 나오는 만큼 중국뿐 아니라 국내 수도권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과장은 "모든 게 중국 원인이라고 볼 수 없고 기류 추적과 원소 분석을 연계한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어로졸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밝은 에어로졸은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냉각 효과를 내는데 미세먼지가 줄면 이 냉각 효과도 함께 약해져 오히려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면도 기준 미세먼지 질량농도는 2004년 대비 58%, 극초미세입자 수 농도는 2007년 대비 60% 줄었다. 기상청은 “냉각 효과를 기대한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증명된 부분이 아니고 여러 가설로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