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비 누락·미기입 등 부실한 데이터 관리도 지적

국내 화장품 업계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친환경 경영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환경 지표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사는 ‘지구의 날’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량은 전년보다 급격히 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의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등록된 ‘2024년도 환경정보 보고서’ 속 두 회사의 환경 오염 배출량은 비현실적으로 폭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21배 넘게 늘었다. 폐기물 배출량도 211톤(t)에서 5589t으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3배 넘게(208% 증가) 늘었으며 제조 공정에서 물을 다시 사용하는 용수 재활용률은 0%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측은 데이터에 집계되지 않는 용수 ‘재사용’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양사는 이러한 수치 폭증이 ‘공시 범위 확대’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부터 공시 대상 사업장을 1곳에서 4곳으로 늘리고 공급망 탄소 배출량인 ‘스코프 3’를 처음 포함하면서 수치가 커졌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도 직접 배출량은 줄었으나 스코프 3를 통합 집계하면서 전체 온실가스 수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년과 같은 범위로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2.2% 줄었다”라며 “폐기물 역시 매립 제로를 100% 달성하며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직접 배출량은 줄었으나 스코프 3를 통합 집계하면서 전체 온실가스 수치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양사의 배출량이 폭증한 주원인인 '스코프 3'는 제품 제조 단계뿐 아니라 원료 재배, 물류, 심지어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모두 합친 개념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자사 공장(스코프 1·2)의 탄소 감축에만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공급망 전체의 오염을 책임져야 한다는 국제적 기준이 강화되면서 가려져 있던 탄소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환경 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투자 지표에서는 데이터 관리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LG생활건강은 당초 환경 투자액을 8400만원으로 공시했다가 뒤늦게 2억여 원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부서 간 소통이 부족해 입력이 빠졌다”라고 해명했으나 수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정부 공식 데이터를 소홀히 관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아모레퍼시픽은 정부 시스템에 환경 투자비를 ‘0원’으로 적어 논란을 키웠다. 사측은 “자율 공시 항목이라 입력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약 92억원을 집행했다”라고 답했다. 실제 공시된 투자 내역을 보면 친환경 원료 개발이나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환경 혁신을 위한 투자는 0원이었다. 원부자재와 용수 그리고 에너지 부문 투자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투자액 60억원은 모두 대기나 수질 오염을 막는 방지 시설 교체에만 쓰였다. 이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한 필수 설비 투자다. 여기에 포함된 운영비 32억원 또한 폐수 처리 약품비나 폐기물 처리 수수료 등 단순 유지보수 비용이다. 공장을 돌리는 데 꼭 필요한 돈을 환경 경영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예쁘게 꾸민 홍보물보다 투명한 데이터 관리와 실질적인 설비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시 범위 확대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오염원이 드러난 만큼 이제는 ‘착시’라는 변명 대신 근본적인 탄소 저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입으로만 지구를 말하는 ‘그린워싱’이 계속된다면 K뷰티의 지속가능성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