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기후쇼크 시대, ‘생존산업’이 된 농업

입력 2026-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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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쉼표힐링팜 대표

-생산을 넘어, 국가의 생존 기반으로 재정의해야 할 때

이상고온과 폭우, 냉해가 반복되는 기후쇼크 속에서 농업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산업이 아니다.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버틸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농업은 생존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업은 경험과 성실함으로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농업은 완전히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이상고온, 집중호우, 봄철 냉해가 반복되면서 생산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같은 밭에서 같은 작물을 키워도 결과는 해마다 달라지고, 농사는 점점 ‘확률’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 변화는 농산물의 품질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고온 스트레스로 당도는 떨어지고, 외관이 나빠지면서 상품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애써 키운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생산은 했지만 팔 수 없는 농산물이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병해충 문제까지 더해진다. 따뜻해진 겨울은 해충의 생존율을 높였고, 새로운 병해충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방제 비용은 늘어나고 노동 부담은 커진다. 동시에 냉난방과 관수 시설, 농자재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농업은 ‘고비용·고위험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민의 소득은 안정되지 않는다. 풍년이면 가격이 무너지고, 흉년이면 생산 자체가 줄어든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농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지만, 이를 흡수할 구조는 여전히 부족하다. 위험은 개인의 몫으로 남고, 농업은 점점 지속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농업을 ‘생산 산업’이 아니라 ‘생존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국가의 기반을 지탱하는 생명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농업을 둘러싼 위험 구조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농업은 자연재해와 가격 변동, 생산 불안이라는 복합적인 위험을 농민 개인이 감당하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농업의 위험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분담해야 할 공공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해 대응 체계와 피해 보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후 보상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전에 위험을 분산하고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농민이 한 해의 기후에 따라 생존이 좌우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어떤 기술과 정책도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농업을 단순한 생산 활동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동시에 환경을 유지하고, 지역을 지탱하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이 유지되지 않는다면, 농촌의 붕괴는 곧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지만, 그 피해의 크기는 선택의 문제다. 농업을 여전히 비용의 영역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한 기반 인프라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농업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한 산업을 보호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먹거리와 지역의 미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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