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동안 최악의 상황”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각국과 지역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단결해왔다.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금융 완화정책을 통해 시장을 지탱했고 코로나19 당시에는 대규모 재정지출로 충격을 흡수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협력의 정신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다음 충격에 대응할 탄약도 부족해졌다. 경제 충격에 대한 대응을 반복해 온 결과 다음 위기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현저히 미흡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 대학원의 경제학자 카르멘 라인하르트 교수는 광범위한 경기 침체에 세계가 협력해 대응할 능력에 대해 “지난 20년, 혹은 그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공공 및 기업 부채를 포함한 전 세계 부채 잔액은 사상 최대인 348조달러(약 52경원)에 달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발맞춰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시장 접근성이 낮은 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의존했고, 이후에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부채는 줄지 않고 누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고용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내리면 중 유동성이 확대되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상은 부채 상환 비용을 끌어올려 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여력을 더욱 깎아내린다. 미국의 공공 부채 잔액이 올해 32조달러에 달할 전망인 가운데 이자 지급액은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조 붕괴다. 과거 위기 대응의 핵심축이었던 주요 20개국(G20)과 다자협력 체계는 현재 사실상 기능이 약화된 상태다. 2023~2025년 미국 재무부에서 국제 경제를 담당했던 제이 샴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 “(G20과 다자주의의 개념을) 공연히 약화시키고 동맹국과의 대립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도력 공백 속에서 중국을 대안으로 꼽는 이들도 있지만, 중국 역시 장기화된 부동산 위기 등 국내 문제를 안고 있어 과거와 같은 지원은 어려울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