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공정 선거 필요”…제도 개편 요구
여당, 대법원 해석으로 장기집권 시도
미국은 여당 선호…조기 대선 실시 불투명

베네수엘라 야권연합이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차기 대선의 야권 단일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여당은 대법원의 헌법 해석을 동원해 선거 없는 장기집권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대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마차도를 단일후보로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화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차도는 “국민은 이른 시일 내에 선거를 치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곧 베네수엘라로 돌아가 전국을 순회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에 앞서)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면서도 투명한 새 선거관리위원회 창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마차도는 구체적으로 언제 베네수엘라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해외에서 체류 중이다.
베네수엘라 야권연합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월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축출된 이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특히 이날 마차도가 직접 나서 조기 대선 실시를 요구한 것은 현 베네수엘라 여당이 선거 없이 지금의 행정부 체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부재 시 현직 부통령이 최대 90일까지 직무대행으로 활동할 수 있다. 90일을 넘어서도 직무대행을 수행하기 위해선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3일 임기가 끝난 상황이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임기 연장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은 채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AP통신은 “마두로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나 내부 갈등 상황이 오면 친위 세력으로 장악한 대법원을 활용해 이를 무마해왔다”며 “이번에도 여당이 대법원을 동원해 집권 정당화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 대통령이 외국에 억류돼 복귀할 수 없는 현 상황은 ‘강제적 부재’에 해당한다며 대통령이 강제적 부재 상태에 놓인 경우엔 직무대행이 국회 동의 없이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헌법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에서 재판이 예정된 마루도 대통령이 사실상 최소 몇 년간은 베네수엘라로 돌아갈 수 없는 만큼 그가 급사하지 않는 이상 로드리게스 부통령의 선거 없는 장기집권 길이 열린 셈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야권이나 마차도보다는 현 여당과 로드리게스 부통령과의 협력에 더 관심이 있는 것도 조기 대선을 어렵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주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국가 원수로 인정하며 그를 ‘특별제재 대상 명단’에서 삭제했다고 발표하는 등 현 여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야권은 대법원의 강제적 부재라는 논리를 여당의 행정부 장악을 돕기 위한 무리수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상 베네수엘라를 점거하고 있는 미국이 묵인한다면 이를 무마시킬 방법이 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