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정밀화학 소재 기업 주식회사 아이티켐이 상장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장폐지라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거절’ 통보를 받으면서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데다, 전ㆍ당기 감사인 간의 견해 차이로 과거 재무제표까지 대폭 수정되는 등 투자자 신뢰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티켐은 2025회계연도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인 우리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거절’을 받았다.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요 거래의 타당성 및 회계처리의 적정성 △자금거래 및 자산 취득 관련 내부통제 미비 △특수관계자 거래 식별 및 통제환경의 미비 등이 주요 근거로 적시됐다.
특히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에서도 다수의 취약점이 발견됐다. 우리회계법인은 자금 집행 과정에서의 결재 라인 부실, 자산 취득 시의 객관적인 가치 평가 절차 미흡 등 기업 내부의 자정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의 강도 역시 예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2024년 당시 1050시간에 불과했던 감사 투입 시간은 작년 2032시간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전산감사·세무·가치평가 등 각 분야 전문가 11명이 투입돼 총 405시간 동안 정밀 검증을 벌였다. 이는 외부감사인이 상장 초기인 아이티켐의 재무 투명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2024년 결산 결과에 대한 ‘기재정정’도 함께 이뤄졌다. 전임 감사인(안경회계법인)과 현 감사인(우리회계법인) 간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면서 과거 재무제표를 재작성하게 됐다.
정정된 2024년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아이티켐의 부채총계는 기존 778억원에서 877억원으로 약 100억원가량 늘어났다. 반면 자본총계는 564억원에서 464억원으로 1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수익성 지표 또한 악화했다. 애초 114억원으로 공시됐던 2024년 순이익은 정정 후 101억원으로 약 12억원 이상 감소했으며, 이월결손금은 303억원대에서 329억원대로 늘어났다. 종속기업 투자 시 부여된 풋옵션 등 파생상품 부채와 관련된 회계처리의 오류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아이티켐의 자금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회사는 2월 시설투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만기 전 취득하기로 했다. 발행한 지 불과 2개월 만의 조기 상환이다. 상환 방식은 300억원을 즉시 조기상환하고, 나머지 100억원은 7월부터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취득 자금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감사의견 거절 사태로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지자 사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강력히 요구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애초 계획했던 괴산 신공장 설비 증설 등 핵심 사업 전략 추진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재와 의약품 중간체 분야에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아이티켐의 몰락에 시장의 충격은 크다. 특히 유기화학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소재 국산화를 이끌던 유망주였던데다, 기업공개(IPO)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불거진 점에서 상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아이티켐의 감사의견 비적정설을 이유로 3일부터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아이티켐은 상장폐지 통지를 받은 날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의신청이 수용될 경우 최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게 된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 “이의신청 및 재감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회계ㆍ법무 전문 인력 보강 및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사업 연속성과 기업가치 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등 향후 진행 상황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