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왈가왈부] 길가메쉬 서사시와 장대한 분노

입력 2026-04-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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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열린 이란 전쟁 반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열린 이란 전쟁 반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는 인류 최초의 신화로 알려진 ‘길가메쉬 서사시(Epic of Gilgamesh)’가 있다. 이 신화가 속한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숫자가 있는데 바로 ‘40’이다. 신과 인간의 경계를 상징하는 숫자로, 현재 이라크 국가명의 어원으로 거론되기도 하는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이자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인 길가메쉬를 상징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이 숫자는 중동과 이스라엘 문화 전반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서 40일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는 아예 40이라는 숫자가 제목에 쓰였다.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에서 방황한 시간도 40년이었으며, 예수가 광야에서 단식하고 사탄의 유혹을 받았던 시간도 40일이었다. 즉, 40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고난과 시련 그리고 변화의 시간을 의미한다. 길가메쉬 역시 영생을 좇다 한 나라의 왕에서 거지꼴로 추락해 방황하기도 했다.

2월28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에 돌입했다. 작전명은 ‘장대한 분노(Epic Fury)’. 공교롭게도 ‘Epic’이라는 단어가 길가메쉬 서사시와 겹친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시간이 맞물린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7일 저녁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했던 협상 데드라인이다. 이날은 전쟁 발발 후 39일째이며 40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데드라인을 앞두고 파키스탄이 2주 휴전을 제안했고,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동의했다.

▲길가메쉬 서사시 국내 책 이미지 (휴머니스트)
▲길가메쉬 서사시 국내 책 이미지 (휴머니스트)
여기서 궁금증이 커진다. 장대한 분노가 단순한 작전명이 아니라 서사적 의미를 담은 명명은 아닐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40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고대 서사처럼 일정한 시련 기간을 설정하고, 그 끝에서 협상 혹은 국면전환을 유도하는 방식 말이다.

물론, 이는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는 상징과 메시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숫자 하나, 단어 하나, 심지어 선물 하나에도 역사와 종교, 문화가 겹겹이 얽혀있다.

국내외 자본시장도 이미 반응하고 있다. 2주 휴전 기대만으로도 환호하는 모습이다. 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00포인트(5%) 넘게 폭등 중이며, 원·달러 환율도 30원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원화 강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10bp 이상 떨어졌다(채권 강세).

결국 중요한 것은 결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모든 군사적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다음달 14~15일엔 이번 전쟁으로 한차례 연기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이번 2주 휴전안을 계기로 미국 이란 전쟁이 사실상 봉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40은 끝이 아니라 전환의 숫자였다. 죽음을 넘어서려는 시도,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순간. 지금의 국제정세도 그와 닮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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