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매출 120% 껑충, ‘덕질’이 지갑 연다
드라마 촬영지 넘어 야구장까지 스며든 K문화
110만 외국인 유혹한 ‘K소프트파워’의 힘

MZ세대를 중심으로 공연이나 드라마 촬영지를 직접 찾아 떠나는 이른바 ‘콘텐츠 원정’ 여행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도 새로운 관광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BTS 공연이나 영화 촬영지 방문이 대규모 유동 인구를 불러일으키며 숙박과 쇼핑 등 연쇄 소비를 끌어내는 구조가 확인됐다.
6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싸이의 ‘강남스타일’ 손 동작을 형상화한 거대 동상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섰다. 동상 앞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대기하던 이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와이에서 온 코리 비에트로(70)는 동상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비에트로는 "하와이에서도 정말 유명한 노래라 잘 알고 있다"며 "평소 한국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를 즐겨 보는데 이 사진을 보면 서울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 30분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방탄소년단(BTS) 굿즈를 사려는 팬들이 사옥 주변을 가득 메웠다. 사옥 옆 ‘슈퍼스타 떡볶이’ 집으로 향하는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호주인 벨라(25)는 “벌써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오직 BTS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벨라는 쇼핑백 안의 키링과 응원봉, 피규어 등을 보여주며 “좋아하는 것을 사는 일이라 가격은 상관없다”며 웃었다. 함께 온 켈리(27)는 “이제 BTS 흔적을 따라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 팝업스토어와 DDP 전시장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BTS의 컴백 공연 전후로 서울 명동과 광화문 일대 호텔은 빈방을 찾기 어려웠다.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 여행 플랫폼 ‘클룩’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 주요 명소 투어 상품 트래픽은 27% 증가했다.
콘텐츠를 향한 열정은 K팝을 넘어 드라마와 스포츠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독일인 캣(37)은 스스로를 ‘K드라마 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폭군의 셰프’와 ‘사내맞선’, ‘여신강림’ 등 다양한 작품을 꿰고 있었다. 캣은 “K팝보다 드라마를 먼저 좋아하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드라마 ‘월간남친’과 ‘키스는 괜히 해서’를 재미있게 봤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의 38.2%가 한국 여행의 이유로 ‘K콘텐츠 접촉’을 꼽았다. 콘텐츠 경험이 실제 오프라인 공간 방문으로 연결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DDP에서 만난 미국인 카를로스 가르시아(24)는 한국 야구의 매력에 빠진 사례다. 군 복무 시절 한국에 머물렀던 그는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가르시아는 “드라마 ‘사냥개들’도 좋아하지만 요즘은 KBO 리그가 더 재밌다”며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잠실종합운동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K팝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와 친구들에게 우리가 경험한 한국을 똑같이 느끼게 해주려고 DDP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를 보러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늘고 있다”며 “이들은 특정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여행지를 정하고 지갑을 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단순히 보는 즐거움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직접 끌어오는 핵심 성장 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