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업체 372개 전년比 32.4%↑

미국발 관세 충격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단기 결제 불안을 보여주는 어음부도율이 석 달 연속 상승하고 부도업체 수도 큰 폭으로 늘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흑자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어음부도율(금액기준·전자결제분 제외)은 지난해 12월 0.04%에서 올해 1월 0.05%, 2월 0.08%로 상승했다. 작년 말 반짝 낮아졌던 부도율이 연초 들어 다시 가파르게 반등한 것이다. 불과 두 달 만에 두 배로 뛰며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졌다.
어음 부도는 약속어음이나 환어음을 발행한 사업자가 만기일에 약정 금액을 지급하지 못해 결제가 실패하는 것을 뜻한다. 지급능력 상실로 부도가 반복되면 어음거래정지 처분을 받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파산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에서도 확인된다. 1월 말 전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보다 0.08%포인트(p) 상승했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13%로 0.01%p 오르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2%로 0.10%p 뛰었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각각 0.89%, 0.71%로 올라 대기업대출보다 '골목 사장님'으로 불리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의 건전성 악화가 더 두드러졌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매출 부진보다 '돈이 도는 속도'가 더 큰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 둔화로 거래처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가운데 원자재값과 인건비, 금융비용은 그대로 쌓이면서 장부상 흑자를 내고도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체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기업일수록 단기 유동성 충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흐름은 실제 부도업체 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까지 누적 부도업체 수는 37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1개보다 32.4%(91개) 늘었다. 매출이 발생해도 원자재 대금과 이자, 인건비를 제때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까지 확대되면 기업들의 비용 압박은 한층 커질 수 있다.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시장금리 오름세까지 겹치면서 이자비용과 운전자금 조달 여건도 함께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외환·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취약부문 부실 확대가 잠재 리스크"라며 "미 관세 영향 본격화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다시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