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축적에 강경 규제 기조로 변화
빅테크 책임론↑…디지털 환경 재설계 단계 진입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레이스톤스 사례는 청소년들을 SNS 폐해로부터 보호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렇게 디지털 중독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이 작은 마을의 시도와 비슷한 각국 정부의 규제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앞서 나간 국가는 호주다. 호주는 작년 말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이어 인도네시아가 지난달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유사한 정책 도입을 추진하며 규제 흐름에 합류했다. 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 등 8개 주요 SNS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 생성을 금지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유럽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15세 미만 SNS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며 상원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영국·덴마크·오스트리아 등 여러 나라도 어린이·청소년 SNS 금지 규제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책 확산의 핵심 배경에는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SNS 사용 증가와 함께 청소년 우울증·불안 증세, 자해 및 응급실 방문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7년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한동안 SNS가 아이들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극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최근 대규모 연구들이 스마트폰의 조기 접근과 과도한 화면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수치화해 입증하고 있으며 그 결과들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사용 시간을 늘리고 중독성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플랫폼 책임론까지 급부상했다. 기업들이 알고리즘 설계에 있어서 이용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SNS가 청소년에게 미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는 배심원 평결이 잇따르고 있다.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흐름이 단순한 이용 제한을 넘어 디지털 환경 자체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 단순히 사용 시간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플랫폼의 설계 방식과 수익 모델까지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연령 인증 강화, 이용 시간 상한 설정,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이 정책 수단으로 거론된다.
WP는 “각국이 ‘접속 제한’이라는 강수를 꺼낸 것은 SNS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로 SNS가 재정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