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거래금액 20% 이상 급감

서울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9번 출구로 나오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지식산업센터 건물들이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역세권의 활기를 뒤로하고 5분 남짓 걸어 들어가면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화려한 외관의 신축 건물 1층마다 '임대 문의'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불 꺼진 점포들이 가득하다. 6일 찾은 서울 서남권의 핵심 업무지구이자 국내 최대 산업 클러스터인 가산디지털단지 모습이다.
인근 고층부 사무실 공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어 있는 호실이 층마다 수두룩하다. 금천구 가산동의 A 공인중개사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입주하려는 기업들도 자금난을 겪다 보니 공실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역세권은 그나마 버티지만, 역에서 멀어질수록 건물 연식과 상관없이 공실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하철역 7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가산3차 SKV1센터'는 현재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직면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이 건물은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로, 연면적만 약 1만 7000평에 달하는 랜드마크급 입지를 자랑하며 분양 당시 시장의 큰 이목을 뜰었다. 하지만 거창한 외관과 달리 실제 내부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현재 1층 상가에는 카페와 부동산 중개업소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나머지 점포들은 입주자를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었다.
이 같은 사태의 주범으로는 주변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높게 책정된 '고분양가'가 지목된다. 평당 295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상황이 급박해진듯 인근 부동산에는 분양 후 45일 이내 해지 시 계약금을 100% 돌려주는 '환불 보장제'나 35%에 달하는 '파격 할인 분양'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러한 내용의 할인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지식산업센터는 2020~2021년 부동산 호황기 당시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투자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은 3030건으로 전년 대비 22.1% 급감했다. 거래금액 또한 1조 2827억원으로 23.7%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전용면적당 평균 가격이 2501만원으로 1년 만에 9.4% 하락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 내 지산은 총 381개에 달해 공급 과잉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는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실률이 높은 지산을 매입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업계에서는 구조 변경 비용과 용도 전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용도 변경을 넘어 입주 여건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 특정 업종으로 제한되었던 입주 조건을 완화해 다양한 협력업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업종을 다양화한다면 당장 분양은 아니더라도 임대 수요는 일정 부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축된 창업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창업 지원책 등이 병행돼야 지식산업센터가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