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등 약 3만 곳 공영주차장엔 승용차 5부제 전면 실시
김정관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엄중한 위기 극복에 국민 동참 절실"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유화 발언 등으로 중동 전쟁 종전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부는 비상대응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한단계 격상하고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전격 시행한다. 에너지 중동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섣부른 낙관론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는 1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15개 관계부처와 유관 기관이 참여한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2일 0시를 기해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한다고 밝혔다. 천연가스(LNG) 역시 '관심'에서 '주의'로 한 단계 격상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0달러 선을 돌파한 가운데 국내 수급 차질이 실물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데 따른 긴급 조치다. 특히 지난달 1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유조선이 20일 국내 입항한 이후 열흘 넘게 원유 도입이 중단되면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에 따라 위기 상황의 심각성, 국민생활 및 국가경제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된다.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정부 대응은 더 강력해진다. 당장 꽉 막힌 원유 공급망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을 본격 도입하고 민간의 대체 원유 선적이 확인될 경우 정부 비축유를 선제적으로 제공한 뒤 갚게 하는 '스와프(SWAP)' 방식을 전격 적용한다.
전력 생산을 위한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도 비상 체제로 바뀐다. 천연가스 수요 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최대로 높이고 가동 중단이 예정됐던 석탄발전의 폐지 시기를 연장해 전력망을 방어한다. 나프타 매점매석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꾸려 석유 최고가격제 위반 등 시장 교란 행위를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계획이다.
공급 방어와 더불어 수요 감축을 위한 강력 조치도 뒤따른다. 정부는 8일부터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교육청, 국공립 초중고 등 약 1만1000개 기관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차량 2부제(홀짝제)를 대폭 강화해 시행한다. 홀수일엔 번호판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이, 짝수일엔 짝수인 차량만 운행 가능하다. 장애인이나 임산부 동승 차량, 전기·수소차 등은 제외되지만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민원인 차량 역시 공영주차장 5부제 취지를 반영해 제한을 받는다.
지방정부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약 3만 곳, 100만 면 규모의 전국 노상·노외 공영주차장에는 승용차 5부제가 전면 실시된다. 월요일에는 끝자리 1·6번, 수요일에는 3·8번 차량의 출입을 금지하는 식이다. 민간 부문 승용차는 우선 자율적인 5부제 시행을 권고하되 사태가 '심각' 단계로 치달을 경우 의무 시행 전환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다.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했다“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