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수도권·규제지역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 조치가 주택 매매시장에 그치지 않고 전·월세 시장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임대 공급 감소를 더욱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아파트 주담대 만기 연장 불허 조치가 전세 시장 충격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주택자가 대출 상환을 위해 보유 주택을 처분하면 해당 주택에 포함된 임대 공급이 그대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규제로 인해 매각에 나서면 임대차 시장에 새롭게 공급될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라며 “집을 살 수 없는 수요자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임대 물건이 줄어드니 가격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출을 낀 임대인의 경우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의 월세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 전세 매물 축소와 월세화를 부를 수 있어 임대차 시장에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임차인이 있는 경우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을 허용한 것은 충격 완충 장치지만, 장기적으로 전세 매물 감소에는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서울 임대차 시장은 공급 부족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계약 비중은 48.2%로, 지난해 연 평균(41.2%)보다 7%포인트(p) 높아졌다. 신규 매물이 워낙 없다 보니 세입자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눌러앉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5735건으로, 1년 전(2만8476건) 대비 44.8% 급감했다. 전세 물건은 2021년 1월 이후 약 5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려 전세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집값이 낮았던 시기에 적은 대출로 주택을 사들인 다주택자들은 이번 규제에 영향을 덜 받아, 기존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해 보증금을 받음으로써 버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은행 대출이라는 제도권 금융 내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며 “기존의 월세나 반전세를 보증금을 높여 전세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시장에 전세 공급이 다소 많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