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막을 장치 마련해야”
네거티브로 전환 필요성 제기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규제개혁 실험이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업의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규제 혁신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한편,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특혜’ 논란과 이해충돌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결국, 이번 규제합리화추진단의 성패는 혁신과 공정 사이에서 이해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31일 업계에서는 국무조정실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 가동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가 동시에 감지된다. 낡은 규제를 걷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자칫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주도의 협의체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해충돌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규제 완화가 곧 특혜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권한 구조와 사후 점검 체계를 포함한 제도적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기업 인력이 정책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은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이해충돌 가능성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인력이 정책 설계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이해가 정책에 반영될 여지가 있는 만큼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른바 ‘셀프 규제 완화’ 논란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업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설계하거나 완화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될 경우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우려를 최소화하려면 참여 기업과 이해관계를 명확히 공개하고, 이해충돌 발생 시 배제하는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다른 산업이나 시장 참여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규제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업계가 호소하는 개별 규제 애로를 원포인트로 해소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규제가 여전히 포지티브 방식에 가까운 구조를 띠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네거티브 방식인 미국과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구조적인 제약이 따른다”며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기본 철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에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규제는 포지티브 성격을 띠고 있어 신사업이나 신기술 도입 시 사전 인허가와 법적 근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기업의 시장 대응 속도가 늦어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